남장 여성 파라오, 여성 드러내는 모습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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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의 조각상(왼쪽). 나일강의 엘리판티네 섬에서 여성 모습이 드러난 하트셉수트 유물(오른쪽)이 발견됐다. 독일고고학협회는 “지난주 발견된 유물은 기존의 남장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며 가는 팔과 잘록한 허리 등 여성의 신체로 표현된 부분을 붉은 선으로 표시했다. [사진 독일고고학협회]

이집트 유물부가 고대 이집트 제18왕조 5대 파라오이자 여성 통치자였던 하트셉수트(기원전 1508~1458년)의 유물을 지난주 발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트셉수트는 남장 여성 파라오로 유명하다. 투트모세 1세의 딸인 하트셉수트는 기원전 1479년 이복 동생이자 남편인 투트모세 2세가 죽자 후궁에게서 태어난 투트모세 3세를 대신해 20년가량 이집트를 통치했다. 스스로를 “상·하 이집트의 여왕” “여왕 호루스”라 칭했다.

나일강서 팔·허리 가녀린 그림 발견
기존엔 근육질, 가짜 턱수염 그려져

하트셉수트는 처음엔 투트모세 3세의 섭정으로 통치하다가 점차 강한 권력의지를 보였다. 왕후의 옷을 벗어 던지고 파라오 복장에 두건을 쓰고 가짜 턱수염을 만들어 다는 등 남장을 했다. 이 때문에 하트셉수트가 여성임을 드러내는 유물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번에 아스완주 나일강의 엘리판티네 섬에서 발견된 하트셉수트 유물은 여성 파라오의 모습을 하고 있다. 독일고고학협회는 WP에 “하트셉수트 재임 기간 건립된 건물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하트셉수트를 여성으로 표현했다”며 “가는 팔과 허리 등이 기존 유물들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발견된 하트셉수트 유물에서 그는 근육질의 몸과 가짜 수염 등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유물부도 “하트셉수트가 죽고 왕위를 계승한 투트모세 3세가 하트셉수트의 유물을 대부분 파괴했다”며 “이번 유물은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파라오의 존재를 보여주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트셉수트는 재임 중 상업을 장려하는 등 이집트의 국력을 신장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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