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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간 갈등|유계준(연세대학교 정신과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현대사회에서 가정을 떠받치고있는 가장 큰 기둥은 주부입니다. 주부로부터 시동이 걸려 그 날의 남편의 기분이 좌우되고, 아이들의 학교성적 우열이 판가름나는 것이 오늘의 사회현상입니다·주부들의 건강한 삶을위한 주부건강학을 매주1회씩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전형적인 고부간 갈등의 예를 정신과 진료실을 찾아온 한 환자에게서 찾아보자.
S부인은 차남과 결혼, 두살짜리 딸하나를 두고있는 20대후반. 1년전부터 큰아들 집에서 불화가 생겨 옮겨온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시어머니의 행동행동마다 신경이 곤두서서 본인의 표현을 빌면『미칠 지경이 되었다』.
아들(남편)이 술이라도 마시고 밤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마당에 나가 아들이 올 때까지 몇 시간이고 그대로 서서 기다린다.
며느리가 몸이 아파좀 누우면 보란듯이 힘든 빨래도 다해내고, 밥도 짓고, 청소도 하면서 집안일을 처리한다.
하도신경이 쓰여 다시 장남이 모시도록 남편에게 졸라봤지만 골치가 아픈 남편은 집밖으로만 돌 뿐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제는 남편 마저 미워지고 외톨이 라는 설움이 북받쳐 이혼까지를 곰곰 생각하게끔 됐다.
그사이 친정부모를 찾아가 하소연도 해봤지만 친정 부모도 뾰족한 묘안이 없어 그저『참고 살아 보라』고 타이를 뿐이다. 그러다가 바싹 마르고 조금만 날씨가 나빠도 아프다고 몸져눕는 딸이 안쓰러워 정신과 진료 실을 노크하게됐다.
주부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다룰때마다 가장먼저 등장하는것이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의 문제다.
20여년간 이분야에서 환자들을 대해온 경험을 토대로 해볼때 신경증 증세로 찾아온 주부환자의 절반 이상은 시어머니를 포함한 시집식구들과의 갈등으로 병을 얻게된 경우다.
고부간의 문제는 정말 명쾌한 해답을 내놓기가 어렵다. 너무도 많은 여건들이 사람사람마다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고부간갈등을 줄이기 위해 이런 처방은 내 놓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친정 어머니들은 자신이 며느리 시절에 겪었던 어려움을 떠올리고 딸의 입장만을 생각해 시 가족만을 탓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딸이 남의 며느리인것처럼 남의딸은 내며느리가 되는 것이다.
너무 무절제한 사랑속에서 키운 아이들은 어려움에 대처할 현명함을 갖지못한다. 친정어머니를 잘 섬긴 딸이 시어머니도 잘 모시고, 자신도 좋은 시어머니가 되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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