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에 실린 작품 중복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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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작가들의 소설집에 실린 작품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잘 알려진 작가의 단·중편집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새 작품집을 산 독자는 전에 산 작품집에서 읽은 작품을 대하면 실망하게된다. 주부 신석은씨(36·서울도봉구공릉동)는 『최근 한 중견작가의 작품집을 구입했는데 그 작가의 딴작품집에 실렸던 것이 많이 있었다』며 『책을 사보는 즐거움이 반감된다』고 말했다.
내용이 중복되는 작품집이 자주 나오게 되는 것은 출판사들의 상업성에 치중한 출판기휙과 작가들의 자기관리부족이 함께 빚어내는 일이다.
출판사측은 이름이 알려진 작가의 작품집을 내면 최소한 실패는 하지 않는다는 판단아래「정선단편」 「문제작품집」등의 이름을 붙여 소설집을 내려고 한다. 최근들어 유명작가에 대한 이러한 출판사들의 출판기획공세는 더 심해지고 있다.
직업작가로서 소설가는 이러한 출판사들의 기획을 거부하기 힘들다. 특히 시리즈형식등으로 작가진이 짜여질 경우 최근에 쓴 작품집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과 실렸던 작품을 모아내게돼 결국은 작품집을 남발하게 되는 결과를 빚는다.
작가 H씨는 『전에 낸 작품집이 출판사에서 절판상태에 들어갔을 경우 자신의 작품을 살리기 위한 새로운 작품집이 필요해지는 경우가 있다. 또 새로운 작품과 옛 작품을 연계시켜 함께 모아야 할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다발형식으로 작품집을 이리저리 묶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작가 김원우씨도 『전집이나 독자에게 싼값으로 제공되는 문고에 작품을 내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저기 작품집을 내고 동일한 작품을 싣는 것은 독자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작품집의 남발은 결국 한 작가로서도 자신의 작품세계를 일관성있게 보여주지 못하는 결과를 빚게되어 작품집의 무게를 떨어뜨리게 된다』면서 작가의 자기작품관리에 신중을 기할 것을 강조했다.
작품집은 또 문학상등과 관련하여 나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작품집을 내게되는 일이 많은데 문학상과 관련하여 작품집을 내려는 출판사측의 기획에 따르다보면 작가의 의사에 반하여 중복출판이 불가피하게된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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