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가습기 사건 사과 “보상금 50억 더 출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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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사망자 70%가 쓴 제품을 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가 21일 사건 발생 5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했다. 피해자 지원기금의 추가 출연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에 이 같은 발표를 한 것을 ‘면피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옥시 제품을 쓴 뒤 23개월 된 아들을 잃은 부은정(44·여)씨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게 아니라 검찰에 사과하는 것 같다. 진정성을 전혀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내주 옥시 전 대표 등 수사

이날 오후 옥시는 A4용지 한 장짜리 자료를 이 사건을 취재 중인 기자들에게 e메일로 보냈다. ‘피해자들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 드리게 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며 사회적 책임에 대해 깊이 통감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 사건으로 고통받고 계신 분들을 위한 해결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2014년 환경부에 기탁한 인도적 기금(50억원) 외에 추가로 50억원을 더 출연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저희는 오랫동안 제품의 안전관리 수칙을 준수해 왔다. 여러 의혹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강찬호 피해자가족모임 공동대표는 “옥시 제품 사용으로 103명이 사망했는데도 ‘안전 수칙 준수’ 등을 언급하는 태도는 정말 뻔뻔하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의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주에 신현우(68) 전 옥시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옥시의 민원 담당 직원 2명을 불러 가습기 살균제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고객 상담글을 삭제한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 수사팀은 22일 옥시의 마케팅부서 직원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제품 표면에 ‘인체에 무해하다’는 글귀를 넣게 된 과정을 확인할 계획이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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