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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팀의 최고참' 이진영의 4타점 쇼타임

중앙일보

입력

'막내 팀의 최고참' 이진영(36·kt)이 올 시즌 최고의 쇼타임을 보여줬다.

이진영은 21일 수원에서 열린 두산과의 홈 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5타수 4안타 4타점 2득점으로 승리의 선봉장이 됐다. 홈런과, 2루타, 단타 2개로 사이클링히트에서 3루타 한 개가 부족했다.

이진영은 1회 좌전 안타로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1-0으로 앞선 3회 1사 주자 1·3루에서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김종민의 안타로 홈까지 밟았다. kt가 5회 초 2점을 올려 4-2로 추격하자 이진영은 바로 다음 공격에서 솔로 홈런을 쏘아올렸다. 2-7로 앞선 6회에도 주자 2·3루에서 안타를 날려 1타점을 추가했다. 이진영의 활약으로 kt는 두산을 8-3으로 이기고 4연패를 탈출했다.

한 때 이진영은 '국민 우익수'라 불리며 프로야구 대표 외야수로 꼽혔다. 2014년까지 8년 동안 7차례나 타율 3할을 때렸고, 어려운 타구도 몸을 날려 잡는 근성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LG는 이진영을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프로야구계가 술렁일 정도로 이진영의 제외는 의외였다. 어느 덧 30대 중반이 된 이진영은 타격이 예전같지 않았다. 지난해 타율 0.256에 그쳤다. 세대교체를 선언한 양상문 LG 감독은 과감하게 이진영을 포기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t는 망설이지 않고 이진영을 데려왔다.

나이가 들면서 겪게 되는 수순이었지만 이진영은 자존심이 상했다. 프로 18년차 이진영은 어느 해보다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지난달 초 훈련을 하다가 갈비뼈 미세골절 부상을 당했다. 타격을 점검할 수 있는 시범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조범현 kt 감독도 이진영이 빠지면서 최상의 라인업을 가동하지 못하고 시즌을 맞이했다.

체력은 떨어졌지만 이진영의 멘털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올해는 전혀 다른 나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던 이진영은 개막 3주여만에 타격감을 확 끌어올렸다. 조 감독도 발 벗고 나섰다. 이진영이 방망이가 나가는 타이밍이 다소 느리자 "여유를 가져라"라고 조언했다. 베테랑답게 빠르게 타이밍을 고친 이진영은 타율 0.393을 치고 있다. 이진영의 활약으로 kt 중심타선도 마르테-유한준-이진영으로 짜임새가 좋아졌다.

이진영은 경기 후 "좋은 경기로 팀의 연패를 끊을 수 있어 기분 좋다. 장인어른 생신을 위해 꼭 안타를 쳐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어 기쁘다"며 "감독님과 이숭용 타격코치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사이클링히트 같은 개인 기록에는 관심 없다. 팀 승리한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수원=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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