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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유승민 역할론 제동 땐 공천 파동 버금가는 내분 정국 주도권 노리는 안철수 ‘박지원 원내대표’ 만지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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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호 4 면

4·13 총선 후 엇갈린 표정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안철수(오른쪽)ㆍ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15일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 도중 웃고 있다. 김경빈·조문규 기자·뉴시스

유권자가 만든 정계 개편, 4·13 총선의 결과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은 강렬했다. 그리고 민심이 만든 새 정치 지형은 절묘했다. 민심의 준엄함과 무자비함을 목격한 각 정당은 2017년 12월 대선을 향한 살얼음판 같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여권의 운명은 청와대와 친박계-비박계의 3자가 쥐고 있다. 야권의 행보는 ‘문재인-안철수-김종인’ 빅3의 협력과 견제·경쟁, 두 야당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 등 여당보다 더 복잡한 고차 방정식이다. 총선보다 더 뜨거울 정치권의 대선 레이스가 이제 막 시작됐다. 변수가 한두 개가 아니지만 민의를 거스르는 쪽엔 더 험난하고 불편한 레이스가 되리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폐허가 된 새누리당의 처지를 ‘적벽대전으로 천하 통일의 꿈이 꺾인 채 쓸쓸히 허창으로 돌아가는 조조군’에 빗대는 이들이 꽤 있다. 적벽대전 이후 조조는 숨을 거둘 때까지 3국 체제를 변화시키지 못했다. 당시 조조군의 가장 큰 패인이 ‘불리한 형세를 읽지 못한 자만심’이었다는 점도 새누리당과 닮아 있다. 김무성·김문수·오세훈 같은 훗날 천하를 도모할 맹장들마저 치명상을 입었다. 야권엔 기존의 문재인·안철수·박원순·안희정 외에 김부겸·정세균 당선자가 대선후보 대열에 합류하면서 1997년 ‘신한국당의 9룡 시대’를 연상케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새누리당엔 반대로 ‘대선주자 공백 시대’가 도래했다. 친박계의 영입설이 끊이지 않는 반기문 카드 외에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를 소환해야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이런 현실을 얼마나 무겁게 여기는가엔 의문부호가 붙는다. 

#논란의 원유철 “원내대표 선출 후 물러날 것”“공천 과정에서 살생부 논란, 막말 파문, 옥새 파동 등 정말 많은 부분에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 드렸습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차기 대표 선출 때까지 새누리당을 이끌게 된 원유철 원내대표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정두언 의원의 진실게임으로 번졌던 공천 살생부 논란,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 김 전 대표가 벌인 소위 ‘옥새 파동’을 열거했다. 하지만 민심 이반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친박계의 공천 독주와 비박계 학살 이야기는 쏙 빠졌다. 참패의 가장 큰 책임을 김 전 대표에게 지우려는 여권 핵심부와 친박계 내부 기류와도 일치한다.


청와대과 새누리당의 수직적 당·청 관계 등 국민이 비토한 여권의 국정 운영방식에 대한 반성도 없었다.


-친박계 책임론이 제기되는데.“저를 포함한 지도부에 1차 책임이 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책임에 대한….”


-특정 계파 책임이 크다고 보지는 않았는지.“누가 누구를 서로 네 탓이라고 할 상황이 아니고 모두가 내 탓이오를 해야 한다.”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데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게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저도 외부 인사를 모시자고 주장했지만 물리적으로 두석 달 정도 신속하게 당내 현안들을 (정리)해야 해 당내 사정을 잘 아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이 있어서 하게 됐다”며 계면쩍어했다. ‘원유철 비대위원장’ 체제를 보는 당 안팎의 시각도 냉소적이다. 당내 비박계에선 “공천 파동 주역 중 한 사람이 비대위원장이 되면 국민이 ‘반성하고 있다’고 볼지 걱정”(이혜훈 당선자)이란 문제 제기가 있다. 또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정치는 타이밍이다. 원유철 비대위원장 임명은 국민이 변하라고 했는데 ‘두 달 후 변하겠다’고 응답한 셈”이라며 “전대에서 친박 대표까지 세우려 하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원 원대대표는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5월 초 선출될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고 나는 일찍 물러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 앞에 놓인 두 갈래 길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친박계의 태도는 청와대의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총선 참패 이후 여권의 궤도 수정과 쇄신의 키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쥐고 있다. 하지만 총선 뒤 청와대의 태도는 무반응에 가까웠다. 총선 결과에 대해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길 바라는 국민의 요구가 나타난 것”이라고 했던 지난 14일 청와대 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란 비판이 쏟아지자 그 이후 청와대는 입을 닫고 있다. 청와대 고위 참모들의 사퇴 움직임도 없다.


박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관한 시나리오는 두 갈래다. 먼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에 국정 목표를 두고 지금까지의 스타일을 바꿀 가능성이다. 내키진 않지만 탈당한 유승민 의원과도 화해해 여권 전체의 파이를 키우고 야권과의 협상에서도 정치력을 발휘하는 등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의 흐름에 순응하는 방향이다.


정치컨설팅사인 ‘민컨설팅’의 박성민 대표는 “보수진영은 97년 김대중 대통령으로 정권이 넘어간 뒤 응징을 당한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들이 이번 총선에서 대거 입성한 만큼 내년에 정권이 넘어가면 이들이 자신들을 손볼 것이란 공포심이 여권 전체에 발동되면 박 대통령도 현재의 기조만 고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장악력을 극대화하는 현재의 국정 운영방식을 고수하리라는 예측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이 ‘19대 때는 (친박) 20명을 가지고 국정 운영을 했는데 지금은 친박이 여당 내 절반을 넘으니 더 나아졌다. 당 대표만 친박 인사로 뽑으면 국정 운영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국면 전환을 위해 청와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뭘까. 먼저 거론되는 것이 대대적인 공직 사정이다.


벌써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법 위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총선 다음 날인 14~15일 5명의 여야 당선자 선거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전국 10여 명의 당선자를 대상으로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비단 선거법 수사뿐만 아니라 우리 편 네 편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 사정으로 정국을 꽁꽁 얼어붙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새누리당 내 친박계가 지난해 말부터 군불을 때 온 개헌카드를 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뽑아들지도 주목된다.


개헌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 카드지만 차기 대권을 노리는 야권 내 잠룡이 많은 여소야대의 현실에서 개헌카드가 먹힐지에 대해선 회의론이 적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4년차에 개헌을 거론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 등 당시 야권 유력 주자들이 일축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욕먹어도 친박 대표? 유승민 조기 등판할까5월 초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와 6월 중으로 전망되는 대표 선출 전당대회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쇄신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은 친박계 절대 우위로 재편됐다. ‘비박 학살’ 공천과 수도권 전멸의 선거 결과 때문이다. 지역구 당선자 105명 중 68명, 비례대표를 합하면 80명 이상이 친박계로 분류될 만큼 절대적인 헤게모니를 쥐게 됐다. 친박계 리더들이 전면에 나서려 하고, 수적으로 밀리는 비박계가 저항에 나선다면 공천 파문의 구태가 재연될 수 있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친박계가 전면에 나서면 곤란하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이미 당권 출사표를 던진 친박이 여럿이다. 5선이 된 이주영 의원과 호남에서만 두 번 연속 드라마를 쓰며 3선을 일궈 낸 이정현 의원이 이미 출마의사를 밝혔다.


총선 전만 해도 유력한 대표감으로 거론됐던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최 의원의 핵심 참모는 “총선 실패 책임론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사람이 없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책임도 져야 되지 않겠느냐’는 주변 권유들이 적지 않아 고민이 크다. 다음주엔 생각을 정리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4선 중진이 된 유기준·홍문종 의원, 곧 당에 복귀 예정인 윤상현 의원 등이 친박계 원내대표 후보로 꼽힌다.


반대로 비박계에선 5선 반열에 오른 정병국 의원 외에 마땅한 대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4선에 성공한 나경원 의원과 3선 고지를 밟은 이혜훈·김용태 의원 등 원내대표감이 넘쳐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새누리당 복당의사를 밝힌 유승민 의원이 비주류의 구심점이 될지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난관을 뚫고 당에 돌아온 유 의원이 대표 경선에 뛰어들지, 대선후보로서의 길을 택할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그와 가까운 한 당선자는 “유 의원이 어떤 길을 걸을지 아직 결심하지 않았다”며 “총선의 표심은 유 의원을 당의 중심으로 올려 세웠다. 당직을 떠나 유 의원이 중심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특히 김무성 전 대표가 선거 책임론으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 의원이 비박계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만약 유 의원이 대표 경선에 나서고 청와대가 이를 결사적으로 막아 서면 여권은 공천 파문에 버금가는 내홍에 빠져들 수도 있다. 민간 정치 싱크탱크 ‘더모아’의 윤태곤 실장은 “청와대가 향후 ‘당 대표는 무조건 최경환이 해야 되고 국회의장은 서청원이 해야 한다’는 식으로 새누리당을 압박할 경우 비주류가 당을 뛰쳐나갈 가능성도 있다”며 분당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현 상황이 2006년 지방선거 직후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총선처럼 대선 1년 반 전에 치러진 선거에서 참패한 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이듬해 대선까지 지리멸렬했다. 한나라당엔 이명박·박근혜·손학규라는 확고한 대선주자들이 있었던 반면 여당의 정동영·김근태는 경쟁력이 떨어졌다. 여당 차기 주자들은 지지율이 바닥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고 이후 정동영을 중심으로 한 탈당과 신당 창당으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보다 미래 권력에 더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늘어나 새누리당 내 원심력이 커진다면 장기적으론 대통령의 탈당 여부가 여권의 화두가 될 가능성도 있다. #대표 재추대설 김종인, 국민의당과 신경전16일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음색은 여전히 카랑카랑했다. 하지만 전당대회 출마 여부, 야권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냉소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추대하면 당 대표를 하겠다는 뜻이냐. 추대될 것으로 보나.“이 당의 성격상 전당대회에서 또 한바탕 붙을 거여.”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하겠다고 나서면 추대는 안 될 텐데.“나 안 하면 자기네끼리 하라고 냅둬야지.”


-국회의장 선출 등 향후 국회 운영을 위해선 안철수 대표와도 만나야 하는 것 아닌가.“상황에 따라 만날 수는 있겠지, 하지만 선거 끝난 지 2~3일밖에 안 됐는데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안 대표는 캐스팅 보터를 넘어선 역할을 하겠다고 했는데.“그럴만한 사안이 별로 없을 것이다. 까딱하면 여당 돼 버리고 야당 돼 버리고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면 정체성 자체가 의심받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정당사를 보면 제3당은 선거 때에 잘 나타났다가 한 텀 정도 지나면 다 없어져 버렸다.”


-문재인 전 대표에겐 더 이상 조언하지 않겠다고 했다는데.“더 이상 남 얘기는 안 할 거다. 묻지 마라.”


대표 경선 출마에 대한 김 대표의 입장을 “정권 교체를 하고 싶으면 나(김종인)를 대표로 추대하라는 뜻”이라고 그의 측근은 말했다. 경선엔 나갈 수는 없지만 추대의 경우라면 7월 전당대회에서 대표직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대표직 무혈입성이 실현되기까지는 고비도 적지 않을 듯하다. “추대론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벌써 제기되고 있다. 총선 출마 때부터 당권 도전을 선언했던 송영길(인천 계양을) 당선자는 “당 대표 추대는 민주정당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대표와 가까운 당선자들은 “김 대표를 대체할 리더십은 당내에 없다”(서울 송파을 최명길 당선자), “정권 교체를 위해 갈등요인을 최소화하려면 추대 쪽이 바람직하다”(김성수 비례대표 당선자)고 옹호에 나섰다. 결국 그의 재입성 여부는 ‘최소 30명 이상’으로 집계되는 ‘친문재인’ 그룹이 김 대표 추대론에 어떤 입장을 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추대 형식으로 다시 대표직을 맡든 아니든 전당대회가 예정된 7월까지 그는 더민주의 중심이다. 제3당으로 자리매김한 국민의당과의 초기 관계 설정 역시 그의 몫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서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출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그는 국민의당을 더민주 편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한 그의 시선은 여전히 완고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이 존재하는 이상 야권의 단일 대선후보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3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지는 것을 전제로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중엔 반으로 쪼개질 수밖에 없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같은 인터뷰에서 그는 “새누리당이 19대 국회와 달리 양보와 타협을 한다면 1·2당을 중심으로 국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란 말도 했다. 제3당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지우고 초반 기싸움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안철수 ‘박지원 원내대표’ 검토하는 이유는안철수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국가적인 어젠다 세팅을 주도하고 능수능란하게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압도하는 정치력을 국회에서 선보이려면 원내대표직이 가장 중요하다”며 “4선에 성공한 박지원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아 주길 안 대표가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원내대표가 아닌 당 대표 출마에 뜻을 보이고 있지만 안 대표가 곧 설득에 나선다면 박 의원이 수락할 수도 있다고 안 대표 측은 기대한다. 당내엔 “안 대표가 이미 박 의원에게 제안을 했다”는 소문까지 무성하다. 실제로 “캐스팅 보터를 넘어 정치의 중심 축이 되겠다”는 안 대표의 바람이 현실화되려면 국회 내에서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안에 따라 여야를 넘나들겠다는 것은 머릿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비아냥을 허언으로 만들려면 국회에서 능수능란한 정치력을 보여 줘야 하는데 국회 전략을 총지휘할 리더로 박지원 의원만 한 카드가 없다는 게 안 대표의 판단이라고 한다. 국민의당 내부도 복잡하기는 더민주와 마찬가지다. 갈등 요인은 곳곳에 잠재돼 있다. 당선자 38명 중 ‘안철수계’(안철수·김성식+비례대표)와 ‘호남계’(천정배·김한길·박지원계)는 공교롭게도 19명씩으로 수가 같다. 당장 7월께로 예정된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충돌할 수도 있다. 안 대표 주변에선 “아무나 당 대표가 되려 하면 갈등만 노출되니 6개월 정도 안 대표가 맡는 게 좋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헌상 대선 출마를 위해선 1년 전에만 대표를 그만두면 된다. 당권을 노리는 호남 의원들이 이를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당내 호남계를 중심으로 한 ‘통합론’과 안철수계를 중심으로 한 ‘독자론’의 충돌도 예상된다.


안 대표는 이미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7년 대선 전 통합론’에 부정적 입장을 개진했다. “현 정부와 새누리당에 실망한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층이 많은데 그분들은 ‘죽어도 2번(더민주)은 안 된다’고 한다. 그분들 없이는 정권 교체가 안 된다”는 논리다. 대신 야권 통합이나 단일화 대신 ‘대선 결선 투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야권은 통합하지 않고 단일화하지 않으면 실패하는 것”(박지원 의원)이라는 당내 통합파와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김종인 대표와 안철수 대표 모두 통합론에 회의적인 만큼 더민주와 국민의당 모두 당분간 각개약진의 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안 대표와 국민의당은 국민의 여론 추이를 보며 사안별로 새누리당이나 더민주와 부분적인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갈등 소재가 될 것이 분명한 국회의장 선출을 놓고는 “총선 민의를 왜곡해선 안 된다”는 의미에서 다수 의석을 획득한 더민주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안 대표의 측근은 전했다.


#언제 나설까, 문재인의 고민문 전 대표는 “호남이 지지를 거두신다면 정계를 은퇴하고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자신의 발언 때문에 행동 반경이 묶였다. 총선 뒤엔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특히 김종인 대표 주변에서 이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등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민심은 유전하는 것이므로 광주 발언 때문에 거취를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문 전 대표를 감쌌지만 김 대표 참모들은 “호남이 사실상 전멸인데 관둔다고 했다면 던졌어야 한다” “지금 죽어야 나중에 사는데 왜 던지지 못하는지 답답하다. 너무 우유부단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 때문인지 문 전 대표는 당분간 외부 활동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 등 각종 추모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단식투쟁을 벌였던 그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아버지 제사가 겹쳐 미리 추도 미사에만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종인 대표와의 서먹한 관계도 그에겐 짐이다. 문 전 대표에 대한 김 대표의 실망감은 여전하다고 한다. 김 대표의 부인 김미경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는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찾아올 때마다 ‘친노 장벽을 벗어나셔야 한다’고 말했지만 문 전 대표는 ‘친노의 실체는 없다’는 답만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총선 결과 당내 최대 계파로 성장한 ‘친문재인’계가 독자 후보를 내세워 당권에 도전할지, 아니면 김 대표 추대론에 힘을 실을지가 향후 김종인-문재인 관계를 결정할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15일 제2기 비대위원 6명을 임명했지만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이는 문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현미 의원뿐이었다.


이충형·추인영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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