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결정권 잃고 거부권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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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넘어까지 개표중계를 보셨습니까. 자고 일어나니 1,2당이 바뀌어 있진 않았습니까. 예상외라느니, 충격적이라느니, 하는 말은 민심을 못 읽은 이들의 변명입니다. 물론 언론도 그에 포함되니,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이젠 여당 혼자론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야당도 단독으로 밀어붙이긴 불가능합니다. 모두들 결정권은 잃은 채 거부권만 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여야의 협조 없이는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자연스레 협치나 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껏 전혀 해보지 않은 일, 가보지 않은 길입니다. 누가 앞장서야 할까요. 눈길은 청와대로 쏠립니다.

새누리당은 패닉 상태입니다. 김무성을 비롯해 김태호·황진하가 사퇴했습니다. 비대위 체제로 갈 듯합니다. 야당은 좀 느긋해 보입니다. 호남 지지를 못 얻으면 물러나겠다던 문재인은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 더 겸허하게 노력하며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수도권 압승과 호남 완패의 의미를 새기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뜻일까요. 세상엔 가볍게 한 약속을 무겁게 지키는 이가 있는가 하면, 급하게 뱉은 말을 천천히 지우는 이도 있습니다.

뜨거운 선거 열기에 묻힌 채 세월호 참사 2주기가 곧 다가옵니다. 정부의 요란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안전체감도는 참사 전과 비슷한 수준이라 합니다. 여전히 한국은 위험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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