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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우스」 불수상 방한결산 | 한-불관계 경협확대로 새출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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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수상은 한불수상회담에서 『한국민의사에 반하는 북한승인은 고려하지 않겠다』 는 점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지난해 12월 파리주재 북한대표부의 총대표부로의 승격으로 고조됐던 양국의 외교파고는 일단가라앉게 되었다.
북한승인에 있어 우리에게 비토권이 있다는 그의 외교적수사는 한때 긴장감까지 나돌던 양국관계를 원상회복시켰다는것과 아울러 한단계 진전된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물론 「파비우스」의 발언은 프랑스의 북한대표부승격조치(일반↓총) 에 대해 우리정부의 강경대처 (윤석헌주한대사소환및 「크레송」대외무역상방한무기연기조치) 가 있은뒤에는 외교적승인이 아닌 「행정조치」 라는 프랑스외무성의 해명을 공식확인한 것에서 크게 진전된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불수교 1백주년을 1년앞두고 프랑스 수상으로서는 처음 내한하여 양국의 불편한 관계를 직접 해소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또 프랑스측에서 보면 이는 어느 국가와도 외교관계를 갖는다는「미테랑」정부의 보편주의 원칙을 한반도에서는 당분간 적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것이다. 따라서 우파의 우세가 예상되는 86년3월 하원의원선거때까지 프랑스의 대한반도정책은 변동이 없을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파비우스」 방한의 또하나의 성과는「미테랑」대통령의 전두환대통령 방불초청.
우리국가원수로서는 처음 프랑스방문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비우스」수상의 방한은 외교적 갈등이 쉽게 해소됨에 따라 양국의 경제협력문제로 초점이 옮겨지게 되었다.
사실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측은 프랑스로부터 대북한접근자제를 확약받는게 가장큰 관심사였지만 프랑스의 관심사는 대한투자의 확대에 있었다.
프랑스는 이미 한국에△원전9,10호기 건설 (17억달러)△평택의 LNG 터미널공사(1억2천만달러) △부산지하철 매표소시설 (1천6백만달러) 등 20억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하고있다. 또 대한교역량은 84년의 경우 6억3천5백만달러 (수출 3억4천7백만달러 수입 2억8천8백만달러) 로 서서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프랑스측은 원전이외에 상하수도건설 통신 우주수송사업등 자국의 첨단기술을 이전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해 왔으며 제3국시장 공동진출에도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의 입장에선 「파비우스」방한은 북한대표부승격으로 야기된 양국의 겅제협력관계의 소강상태를 깨고 대한투자에 활력소를 제공하는데 주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기본적으로 경제규모에 비해 교역량이 미흡한 상태라는 점을 지적, 교역량을 증가시키는테 합의하고 제3국시장공동진출에 협력하기로 함으로써 경제교류의 활성화에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남북한대치상황을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행위는 더 이상 받아들일수 없으며 경제협력에서는 상호이익이란 경제적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총리서리는 『프랑스의 관심사업에 있어 공정한 국제경쟁을 통한 경제적 기준』을 강조했고 신승현부총리도『공정한 국제입찰을 통해 참여해달라』 고 강조, 소위 경제적이득을 위한 「북한카드의 전가보도」시대는 끝났음을 명백히 했다.
이러한 우리측의 입장을 프랑스가 어느정도 받아들일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북한카드는 경제적 흥정대상이 될수 없다」 는 선언적의미외에 이와 유사한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정부측의 의도가 있는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서울∼부산간의 고속전철및 원전추가건설등 프랑스가 관심을 갖는 대형프로젝트는 경제성 내지 예산관계로 90년대로 연기된상태이고 상하수도처리시설처럼 우리기술로 할것도 있어 에어버스 3대구입(5억달러) 정도가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파비우스」방한으로 양국의 냉각분위기를 해소하고 우호협력관계를 다지는 계기가 됐지만 프랑스측이 대한 경협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거나 한반도사태에 변화가오면 입장을 바꿀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불관계에 있어 중·장기적 낙관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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