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회가 규제개혁 막아” 총선 전날 심판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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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나라의 운명은 결국 국민이 정한다는 마음으로 빠짐없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달라”며 투표 참여를 당부했다. 왼쪽부터 황교안 국무총리, 박 대통령, 송언석 기획재정부 차관, 홍윤식 행정자치·주형환 산업통상자원·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4·13 총선을 하루 앞둔 12일 “북한 핵 문제와 경제 여건 악화를 비롯, 당면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나라의 운명은 결국 국민이 정한다는 마음으로 빠짐없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20대 국회를 만들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비스법·노동개혁법 번번이 발목
새 국회 위해 빠짐없이 한 표를”

새누리 측 “TK에 영향 끼칠 것”
더민주 “노골적 선거 개입” 비판

국회심판론도 다시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전경련 등의 설문조사에서 ‘규제개혁의 장애 요인이 무엇이냐’는 설문에 전문가의 68%와 국민의 57%가 ‘국회’라고 답했고, 국회의 규제개혁 법안 처리 지연과 의원 입법을 통한 불필요한 규제 신설이라고 답했다”며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서비스산업발전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 등이 국회에 번번이 가로막히는 현실을 보면서 지금 국민과 기업들은 가슴이 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국민들이 추운 겨울 얼어붙은 손을 불면서 고향 가는 길을 멈추면서 했던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은 국회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며 “그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국민과 기업들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나라 경제가 간신히 지탱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담한 어조였지만 입법이 지연되거나 입법이 불발된 사례들을 일일이 나열하며 19대 국회를 비판했다. 특히 “막중한 책임감으로 마음과 몸이 무겁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시기를 놓쳐 잃어버린 손실과 시간에 대해 가슴이 아팠다”는 감성적 호소도 했고 “나라의 운명은 결국 국민이 정한다는 마음으로 빠짐없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달라”는 당부도 했다.

박 대통령은 안보 문제도 거론했다. 북한의 청와대 공격 동영상 유포 등 도발 사례를 열거한 뒤 “북한이 의도하는 바는 남남 갈등을 일으켜 국내 여론을 분열시키고 국제사회의 공조를 깨트려 보자는 것”이라며 “이 분열을 막고 대처해 나가는 힘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국민의 단합된 힘과 의지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강력한 힘이자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국회심판론을 제기했던 당시와 같은 맥락이라고 참모들은 설명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4200여 자였다. 새누리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의도했든 안 했든 대구·경북에서는 대통령이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표심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여당 후보를 찍으라는 노골적인 대국민 협박”이라며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최악의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당연히 보수층 결집을 노린 발언이겠지만 국민들이 현혹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호·이지상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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