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 들어가면 백의종군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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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홀가분하다. 무거운 짐을 벗은 것 같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통합추진수권위를 열어 합당결의를 단행한 조윤형 민한당총재는 3일 하오 피곤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기자를 맞았다.
-이렇게 쉽게 백기를 들 바에야 왜 총재경선에 나섰는가. 『통합의 과도기체계를 맡겠다는 생각에서 총재경선에 나선 것이다. 결실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일부 탈당의사표명 의원들을 설득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
『전당대회가 끝나고 동교동과 상도동을 방문했을 때 소속의원들의 탈당을 만류하거나 설득하지 않겠다는 뜻을 두 분에게 분명히 밝혔다. 탈당자가 속출해야 합당이 가속화된다고 생각했고 』
-체제정비 후 야당통합의 계기를 천천히 맞이하겠다는 당초의 구상보다는 너무 빨리 이런 결과가 나온 거 아닌가.『단 1명이라도 탈당하지 않는다 해도 조속한 통합을 계획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합당성명에서 밝혔듯이 국민의 바람과 양 김씨의 재촉, 그리고 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당선자 과반수 이상의 이탈압력이라는 삼각파 때문에 통합시기가 조금 빨리 온 것은 사실이다』
-통합을 결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2일 저녁 남는 사람이 1명일지라도 체제정비를 해 떳떳하게 나갈 것인지의 여부와 울분에 찬 원외지구당위원장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민했다. 심지어 3일 탈당을 결행한 모씨로부터는 부총재직을 잔류조건으로 제의 받기도 했다.』
-당초 수권위원장은 이중재씨에게 주기로 했던 것 아닌가.
『무조건 합당을 결심한 2일 하오 S호텔에서 이씨와 만난 뒤 오랜 친구인 조연하 신민당부총재와 조세형·정대철씨와 함께 밤새워 통음했다. 이 자리에서 책임을 지려면 모두 다 떠나겠다는 생각에서 이씨에게 주려던 수권위원장직을 내가 맡기로 결심했다.』
-일부 탈당을 결행한 의원들간에는 조총재가 2일 당대표등록을 마친데 대해 체제유지를 고수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강한 의혹을 가졌던 것 같은데....
『합당선언을 할 때는 하더라도 나를 뽑아준 우리당 대의원들의 의사를 최소한이나마 존중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으냐. 더구나 낙선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동지들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신민당에 하고싶은 말은.
『대동단합과 언행일치를 정치인들은 모두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졸속 강행으로 무리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 이제 남은 일은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뿐이다.』
-지난 총선에서 무명의(?) 신민당후보에게 패했는데 민한당입당을 후회하시지는 않는지.
『3차 해금 후 입당했으니 민한당적을 가진지는 4개월 남짓하다. 야당은 하나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민한당에 입당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며 결코 후회 같은 것은 없다.』
-앞으로의 계획은.
『당분간 서울을 떠나 여행이나 하겠다. 은인자중 하라는 주위의 권고도 있고. 너무 피곤했다. 전당대회 이후 한번도 단잠을 자본적이 없다. 신민당에 들어가게 되면 백의종군하겠다.』<이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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