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인해 관광 명소인 강원 춘천 소양호 하류 버드나무 군락지가 훼손된 모습(하얀 선 안). [사진 박진호 기자], [사진 서울시]
겨울철새 민물가마우지가 전국의 관광 명소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강한 산성의 배설물이 나뭇잎과 가지에 쌓이면서 광합성을 방해, 나무들이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춘천 소양호, 최근 300마리로 급증
배설물 쌓여 나무들 말라죽고 변색
철새서 텃새로 … 전국 1만 마리 서식
한강 밤섬, 속초 조도 등 곳곳 몸살
지자체들, 청소에 헬기까지 동원해
11일 오전 강원 춘천시 동면 소양호 하류. 버드나무 100여 그루가 배설물 때문에 하얗게(백화현상) 변했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나무 사이로 검은색 민물가마우지 수백 마리가 날아다니거나 앉아있었다.
전국의 습지에 피해를 입히고 있는 민물가마우지. [중앙포토]
원래 이곳은 서리꽃과 물안개 촬영 명소이자 버드나무 군락지다. 하지만 2009년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 민물가마우지가 최근 300여 마리까지 급증하면서 명소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주민 김현우(37)씨는 “전국 사진가들이 몰리는 촬영 명소로 춘천시에서 전망대까지 설치했던 곳”이라며 “민물가마우지를 내쫓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문제는 민물가마우지를 내쫓으면 피해가 고스란히 또 다른 군락지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성원 강원자연환경연구소장은 “인위적으로 민물가마우지를 쫓아버리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민물가마우지가 서식할 수 있는 인공구조물을 만들어주면 철새 서식지와 관광 명소를 모두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시는 군락지 보호를 위해 고압 물 청소법으로 세척작업을 할 예정이다.
속초 8경 중 하나인 조도(鳥島)도 가마우지에 의한 피해가 심각하다. 소나무(해송)를 보호하기 위해 헬기까지 투입해 세척 작업을 했지만 250그루에 달하던 소나무 중 200그루가 고사했다. 또 2012년에 250그루의 소나무 묘목을 식재했는데, 지난해 생태조사를 해보니 30그루만이 살아남은 상태였다. 속초시는 지난해 100그루의 묘목을 추가로 심었고, 이달 중에 생태조사도 해 토양 중성화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한강 밤섬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달 대대적인 민물가마우지 배설물 세척 작업을 실시했다. 시는 청소선 3대, 청소보조선 5대, 공무원·자원봉사단체 100명을 투입했다.
서울시는 한강 밤섬 보호를 위해 지난달 청소선까지 동원해 물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 박진호 기자], [사진 서울시]
밤섬의 경우 2010년 민물가마우지 수가 427마리였지만 지난해 3배가 넘는 1506마리로 늘면서 인근 나무들이 고사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밤섬에 대한 생태계 조사와 복원을 목적으로 일반인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조류 산란기와 겨울철새 도래기엔 수시로 정화작업을 한다. 경기 수원시 서호저수지 인공섬도 500여 마리의 민물가마우지때문에 버드나무마다 백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1999년 269마리에 불과하던 민물가마우지가 18년 만인 올해 1만723마리로 39배 가량 증가했다.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김화정 박사는 “과거 가마우지들은 우리나라에서 겨울만 나거나 봄과 가을에 중국 동부지방으로 이동을 하면서 일시적으로 보였는데, 최근엔 1년 내내 보이고 번식까지 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마우지과는 전 세계 32종이 분포해 있다. 우리나라에선 가마우지와 민물가마우지, 쇠가마우지가 무리지어 다니며 생활하고 있다.
조류학자 윤무부(경희대 명예교수) 박사는 “지구온난화 등 이상기후와 먹이환경의 변화로 가마우지가 우리나라를 떠나지 않고 사계절 서식하면서 피해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명확한 예방책이 없는 만큼 환경부 등 관계 기관에서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