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암약한 간첩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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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대화에 대한 열망과 기대와는 딴판으로 북괴는 여전히 간첩단을 밀파하는 등 적화음모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안기부발표에 따르면 4개망 14명의 간첩들은 지난 20여년간 서울과 경북일원에 잠복하면서 반정부·반미활동을 선동해 왔다.
「반공」과 「방첩」체제가 튼튼하다고 자부해온 우리사회에서 저들이 20년간이나 적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수법이 얼마나 은밀한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거국민적 방첩태세는 잠시도 소홀할 수 없다는 경각심을 넣어준다.
검거된 간첩들은 북으로부터 정부비방·노사분쟁유발·수출방해등의 공작지령을 받고 암약해 왔다.
그것은 우리의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키고 경제적 혼난을 가중시켜 우리 국력과 사회적 결속을 약화시키려는 적대적 도발행위다.
우리는 방금 선거를 치렀고 선거로 인한 열기가 아직 식지 않은 상태에 있다.
특히 선거이후 지도적인 재야인사들에 대한 해금과 여야의 대화모색 등 정치발전을 위한 움직임이 있어 왔다. 지방자치를 위한 준비도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다운 선거가 없고 정치발전이란 개념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북한은 그같은 우리의 사회분위기를 이용하여 우리를 내부적으로 파괴하러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안정속에서 민주발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하는 것은 오늘의 시대적 과제다.
이같은 과제를 성공적으로 달성키의해서는 외부의 간섭이나 방해를 단호히 배제해야 함은 더 말할 여지가 없다.
그같은 외부작용의 유일한 근원은 평양이다. 우리가 정치발전을 추구할수록 방첩노력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평양당국이 진정으로 남북대화를 원한다면 부질없는 도발행위를 중단하고 진정한 대화자세를 입증해야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 한국으로부터 모든 간첩망을 철수시키고 휴전선으로의 전투력 남하집결을 즉시 중단한 다음 허위 날조된 대남배방 행위를 더이상 범하지 않는 일이다.
평양정권은 발족하면서부터 평화통일을 외쳐 왔다. 진정한 평화통일은 남북이 서로 오늘의 분단현실과 상대방의 실재를 인정하고 무력행사를 포기한 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통일에 접근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한번도 평양으로부터 진정한 평화통일의 의지나 자세를 찾아볼 수 없었다.
멀리는 6·25로부터 최근의 아웅산만행과 잇단 간첩남파·군사력증강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평양은 더 이상 우리가 과거를 문죄하기전에 민족적 양심을 되찾아 떳떳하고 순수한 자세로 대화에 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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