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공개·생방송 요구로 "주춤"|손 문교-학생 「TV토론」하는가 안 하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금주 초로 예정됐던 손제석 문교부장관과 대학생간의「TV토론」은 주말이 가까웠으나 깜깜소식이다.
지난 12일 문교부가 「계획」을 밝힌 이후 20일 현재까지 방영일자는 물론 녹화스케줄도 잡히지 않아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의 궁금증만 더해주고 있다.
『왜 늦어지는가』 『하기는 할건가』 『하게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등등으로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손 장관의 TV토론에 대한 관심 층은 늘어나고 있다.
○…왜 늦어지느냐에 대해 문교부나 MBC측은 한결같이 일반, 특히 대학생들의 비상한 관심 때문이라고 한다.
학생회 구성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일 때 나온 「제의」여서 손 장관의 TV토론은 그만큼 대학생들의 관심의 대상이 됐고 모임이 있을 때면 거의 빠짐없이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정도로 관심을 표현했던 것.
대학생들은 지난 12일 경인지역 19개 대학 학생들의 공동명의로 발표한 「문교부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의 답변이라면 토론은 장관과 대학생 쌍방이 합의하는 방법이어야 한다고 주장.
학생들은 이에 대해 공개방송으로 진행하고 생방송으로 방영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사회자는 언론인이나 대학교수로 하고 학생대표는 학생들이 선발해야하며 장관이 할애하는 시간과 같은 시간으로 학생대표도 의견을 발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이쯤 되자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문교부나 MBC측은 손을 들고만 상태.
문교부 측은 『당초 토론하자는 것이 아니었다』며 『MBC의 학원 자율화에 관한 좌담프로에 학생·학부모·교수·일반인과 함께 문교부장관도 출연해 달라는 요청을 수락했을 뿐이었다』고. 따라서 문교부장관과 대학생의 토론도 아니었고 더구나 공개 또는 생방송 등의 방영방법은 MBC측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발을 뺐다.
난처하기는 MBC도 마찬가지. 대학생들이 구체적인 방영 방법을 들고 나오자 우선 출연자 섭외가 어려워졌고 당초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이어서 할 수도 없고 안 하자니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태라는 것이다.
○…이처럼 어정쩡한 상태에서 이 문제를 놓고 이야기만 무성하다. 문교부 직원들조차 『왜 그런 발상을 했는지 모르겠다』 『할 수 있겠느냐』 『한다고 하더냐』등으로 이 문제는 부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화제.
한 직원은 『장관이 대학생과 직접 대화를 해서 어쩌자는 거냐』며 『장관은 교수나 총 학장이 학생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일차적인 임무가 아니겠느냐』며 비판.
이와 함께 『장관이 직접 얘기를 해놓고 그 다음에 교수나 총 학장은 무슨 얘기를 하란 말이냐. 이규호 전 장관은 지난 82년 전국 대학을 돌며 학생들과 직접대화까지 했으나 결과적으로 별 무소득이 아니었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직원들이 많다.
○…정작 당사자인 손 장관은 『준비는 잘 돼 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뭐 그리 관심이 많으냐』며 핵심을 피하고 있고, 부내의 이 문제 관계자들은 「신문에서 떠드는 바람에 MBC가 전혀 진척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조용히 해달라』고만 말할 뿐 언제 어떻게 방영하게 될지, 또는 방영을 못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MBC측도 마찬가지. 20여 개 대학에 출연 학생 추천을 의뢰하려 했으나 대학생들이 학생대표는 우리가 뽑아야 한다고 나오고 있는 데다 본래 계획했던 대로 대담프로를 녹화 방영할 경우 후유증도 없지 않을 것 같아 진척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대학 측에서도 『괜히 불씨를 만들어 시끄럽게만 했다』며 탐탁치않다는 반응. 총 학장이 방문해도 시간 때문에 만나기 어려운 장관이 어떻게 교수들을 제쳐놓고 먼저 학생과 만나겠다고 했는지 모르겠다며 의아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은 19일 상오 손 장관을 직접 만나겠다며 정부종합청사를 찾아왔다가 대기한 경찰에 의해 연행돼갔다.
「TV토론」은 하든 않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당분간 대학가에서 말썽의 소재가 될 것 같다. <권순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