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자와 대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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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업이 문화에 투자하는 경우는 우리사회에선 꽤나 생소한 일이다.
바로 그 생소한 일이 차츰 현실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사회발전과 기업가의 작가이란 측면에서 여간 반갑지않다.
83년말 대우그룹 산하의 합창단이발촉한데이어 최근엔 주식회사 럭키가 무용단을 창단, 우리 기업들도 전문예술인육성과 기업문화 창달에 새바람을 일으키고있는 느낌이다.
물론 그간에도 우리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전혀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화재단을 통한 문화출판활동이 그 경우다.
문예진흥기금으로 얼마간을 기부한다든가 경우에따라 단편적으로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한 한 예들도 있었다.
하지만 문예진흥원에 접수된 기업의 기부금이 지금까지 7억원을조금 넘은 상황인것을 생각하면 그실정은 넉넉히 짐작이 된다.
그에 비해 한 기업이 운영하는 프로야구나 축구팀의 1년 예산이15억원을 넘는다거나 이나라의 대표적 기업인중의 한사람이 『학술·문화·예술 진흥까지 기업인이 떠맡아야한단 말이냐』고 공개석상에서 핀잔을 주었던 일은 새삼 우리나라 기업인의 정신세계를 엿볼수 있게했었다.
여태까지 기업들은 사람들에게 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적 공헌이나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것, 혹은 나라의 조세주체로서 국민전체의 재정기반을 지탱하는 역할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70년대에 들어 사람들은 이미 그런 기업의 사회적 공헌에 만족하지 못하게 됐다.
기업은 이제 단순한 이익추구집단에서 한단계 더 성숙해 사회에 문화적으로도 공헌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게되었다.
기업은 싸고 좋은 물건을 파는 구실에서 더 나아가 브랜드와 신용과 문화의 향기를 파는 특수한 사회봉사기관이 되고 있다.
바꾸어말하면 기업의 문화어프로치는 기업이익의 사회적 위원의 측면에서, 기업이미지제고와 판촉의 측면에서, 또는 기업주의 문화취향의 표현의 측면에서 다양하게 확대될 필요가 있다.
때때로 기업은 문화사업 자체를 이익추구의 한 방식으로 삼기도 하지만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을 위한 활동들이 결국 기업과 사회 양자에게 모두 유익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기업의 문화전략은 두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기업이 헌금에 의해 후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이 자기 시설조직으로 판촉하는 방식이다.
엑슨이나 제너럴모터즈등 거대기업들은 예술지원기업협의회를 통해기금을 모아 연주회와 공연등을 지원한다. 반면 벨시스팀은 30개의 유력교향악단의 순회공연과 TV공연을 직접 스폰서한다.
기업이 문화와 어떻게 연관을 갖는가는 그 기업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빌우유회사가 「가솔린도 만드는 문화예술의 콩글로머리트」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문화예술에 기여한다는 사실이다.
세계적 공황의 시대인 30년대에 「록폘러의 사치」라는 비난을 들어가며 록폘러센터를 건립한 의지도 되돌아봐야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문화예술 활동지원은 무슨 선심이나 쓰는듯이 생각하던 고루한 관념을 벗을때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문화를 절실히 요구하는 시대가 온만큼 기업들도 이에 호응해서 멋지게 투자할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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