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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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토론」의 원래 뜻은 요즘의 우리가 짐작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그 해자을 보면 알수
있다. 「언」파「촌」이 짝을 지어「토」우가 되었다.「촌」은 법이라는 뜻과 같다. 그 어원대로 해석하면『법에 따라 죄를 론단하고 악을 물리친다』는 뜻이다.
「토론」이라는 말은 그러니까 죄를 따져 묻는 심문과 같은 느낌을 준다.
그 말을 영어로는「디스커션」이라고 한다.「디스커션」의 어원은 무슨 영문인지『따로떼
어 놓는다』는 뜻이다.「디스」(dis)는『갈라 놓는다』는 의미이고, 그 꽁지에 붙은 말은
『때려 부순다』,『흔든다』(quatere)는 뜻이다.
『갈라 놓는다』는 말이 절묘하다. 아옹다옹하기는 하지만 서로 한계는 지킨다는 뜻이리라. 영어엔「토론」에 상당한 말이 많다. 미국 대통령후보들이 TV에 함께 출연해 토론하는 경 우는「디베이튼」 (devate)라고 한다. 웹스터사전을 보면「디스커션」보다 격식을 차리는 「점찮은 입씨름」을 그렇게 말한다.
「아규먼트」(argument)라는 말도 있다. 우리말로는 시비 쪽에 가까운데, 무턱 목청을 돋우는 시비는 아니고, 이를테면 종교인들의 교리 논쟁같은 경우다. 이때의 시비는 증거를 대야 할만큼 엄격하고 긴장되어 있다.
수준이 좀 낮은 토론으로는「디스퓨트」(dispute)가 있다. 서로목에 힘줄을 세우고 삿대질 도 하는 시끄러운 상황.가령 「흐루시초프」소련 수상이 구두를 벗어들고 테이블을 꽝꽝 치며미국을 비난하는 유엔총회에서의 연설같은 것은「디스퓨트」급이다. 그러나 제네바에서 깍듯이 정장을 한 미소외상이 마주앉아 군축회담을 여는 경우는「디스커슨」수준이다.
문제를 푸는 열쇠는 바로 그「디스커션」과 「디베이트」에있는것같다. 삿대질을 하고 때로는 서로쥐어 박는「디스퓨트」,아니면 고집만 내세우는「아규먼튼」는 막간의 촌극이면 몰라도 문제 해결의테크닉은 아니다.
「토론」이란 말은 있어도「디스커션」이나「디베이트」라는 말은 없는 동양식 문제 해결 의 기술은 어떤 것이 있을까. 물론동양 특유의 예의범절이 있기는 하지만, 그 보다는 좀더 한발 앞선 게임의 룰이 있어 야 할것이다.
내주 어느날 MBC-TV를 통해 문교장관과 대학생 사이에 공개토론이 벌어질 모양이다.
「전직교수와 대학생」,「문교장관과 대학생」의 토론이라는 점에서도 그것은토론의 시범이 될만하다.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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