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령' 위스콘신 경선 하루 앞둔 트럼프

중앙일보

입력

 
   ‘중간 승부처’로 불리는 위스콘신 경선이 4일(현지시간)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국 대선 경선레이스가 분수령(分水嶺)을 맞았다. 이날 경선 결과에 따라 공화당 내부에선 도널드 트럼프가 자력으로 대선 후보에 오르느냐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한참 뒤진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추격의 교두보를 마련하느냐가 결정된다.

  특히 트럼프의 심경은 복잡하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누적 대의원 735명을 확보해 과반(1237명)까지 갈 길이 멀지만, 최근 위스콘신주 여론조사에서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에 10% 가량 뒤쳐진 것으로 나오고 있다. 위스콘신 경선(대의원 42명)은 1위가 대의원 대부분을 가져가기 때문에 트럼프 입장에선 반드시 이겨야하는 경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패배할 경우 대선 후보로 지명받지 못하고 결국 당 수뇌부가 관여하는 ‘7월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이 열릴 가능성도 당내에선 제기된 상태다. 공화당 지도부와 미국 주류 언론은 트럼프가 당내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다른 후보들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를 ‘미국 대선 후보’로 인정하는 건 끝내 거부하고 있다. 급기야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을 후보로 추대해야한다는 논의도 나왔다. 라이언 의장은 “내 이름은 빼달라”고 했지만 그의 구원 등판도 가능한 시나리오인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낙태 여성 처벌, 한국ㆍ일본 핵무장 용인, 주한 미군 철수 등을 주장해 온 트럼프는 3일(현지시간) ‘트위터 예찬론’을 늘어놨다. 트위터를 165년 전통의 언론사 뉴욕타임스(NYT)에 빗대면서다.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 프로그램 ‘더 레코드’ 주최 타운홀 미팅에서 “대통령이 되면 트위터 사용을 중단할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트위터는 새로운 형태의 언론이다. 내 개인 신문을 소유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트위터를 지속할 뜻을 밝혔다. 그는 “팔로워가 1600만~1700만명 수준인 내 트위터에선 순식간에 수십만명을 동원할 수 있다. NYT를 가진 것과 같은데 내가 왜 그만두나”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트위터에 올린 글로 구설에 오른 적이 많은 트럼프는 비판을 의식한 듯 “대통령이되면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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