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수도권 접전지역 후보들…빨강 대신 흰색 점퍼 입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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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성태(왼쪽 사진) 후보와 정준길 후보가 각각 지난 2일 가양역 인근과 지난달 31일 건대역 네거리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 각 후보]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준길 후보는 요즘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보다 흰색 점퍼를 자주 입는다. 점퍼 앞뒤 면에 새겨넣은 ‘정준길’이라는 검은 글자가 두드러지는 디자인이다. 점퍼에서 빨간색은 앞면 오른쪽의 숫자 1(새누리당의 기호)이 유일하다. 공교롭게도 흰색은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대구 동을)·이재오(서울 은평을) 후보 등 무소속 연대 후보들이 주로 쓰는 색이다.

정준길·함진규, 당 상징색 감춰
공천 파동에 당 지지율 떨어지자
"흰옷이 새누리당 반감 줄일 것"

‘왜 당 색깔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을 고집하느냐’고 묻자 정 후보는 4일 “광진을에는 무소속 후보가 없어서 오해받는 일은 없다”며 “탈당한 사람들 생각에 동의해서 그러는 거냐고 묻는 분에겐 국회에 입성하면 새누리당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정준길 후보 캠프의 김주현 공보팀장은 “흰색 바탕에 빨간색 기호도 당에선 활용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캠프 내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흰색을 착용하니 웬만하면 쓰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후보의 의지가 강했다”고 했다. 정 후보는 “최근 공천 과정 등에서 새누리당이 보여준 모습에 특히 수도권의 젊은 층이 상당히 실망했다”며 “새누리당이 잘못하고 있다고 다수가 판단하면 그걸 대변하는 게 제대로 된 국회의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새누리당 수도권 후보 중 빨간색보다 흰색을 입는 후보들이 적잖다. 당사자들은 부인하지만 공천 파동 이후 수도권에서 당 지지율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유권자들의 거부감을 줄이려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아무래도 흰색 옷이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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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서울 강서을) 후보와 함진규(시흥갑) 후보도 종종 흰색을 입는다. 김 후보는 지난 주말 흰색 점퍼를 입고 방화근린공원 등 거리유세를 했다. 함 후보는 흰색 ‘후드집업’으로 젊고 편안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서울 강서을은 19대 총선 때 869표 차(1.6%포인트)로 승부가 갈린 접전 지역이다. 함 후보와 더민주 백원우 후보가 세 번째 맞붙는 시흥갑 역시 격전지다.

김성태 후보 캠프의 이영주 공보팀장은 “빨간색 일색이면 촌스러우니 색 배합 차원에서 흰색을 번갈아 입는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했다. 함 후보 캠프의 김유신 공보팀장은 “지난달 11일 일찍이 공천을 확정 짓고 흰색 ‘후드집업’을 맞췄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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