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칼럼] AI의 미래, 인간경험·노하우의 데이터화에 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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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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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검진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

인공지능이 인간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인간의 뇌 구조부터 이해를 해야 한다. 뇌 과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아직은 많지 않다. 우리의 뇌는 작은 우주라고 할 정도로 세밀하고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다. 이런 뇌구조를 밝혀내기에는 인류의 힘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아주 먼 미래에 진화된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구조를 밝혀낸다면 인류는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을 가능성이 많다.

둘째로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다. 알파고의 진화는 결국 빅데이터와 우수한 알고리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빅데이터는 세상에 알려진 형식적 지식에 속한다. 즉 말이나 글로 이미 소통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가령, 이번 이세돌과의 바둑 대국에서 기존에 수많은 바둑 대국 기보가 없었다면 알파고는 아무리 우수한 알고리즘이 있어도 이세돌에게 패했을 것이다. 결국, 빅데이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창조 비타민 추진 협의회’를 운영 중인데, 앞으로 법률과 세무 분야의 일상생활에서 문자기반 대화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개발을 지원한다고 한다. 법률과 세무는 이미 빅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현실화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의료 분야와 전문 컨설팅 분야는 다르다. 의사의 진료는 의사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가령, 의사경력 30년과 3년은 분명히 지식과 경험 그리고 ‘스킬’에서 다르다. 이것은 ‘암묵적 지식(implicit knowledge)’의 차이다.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암묵적 지식을 ‘형식적 지식(explicit knowledge)’으로 만들수 없다면 빅데이터화는 불가능하다. 특히, 의료분야와 같은 전문가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하려면 경험 많은 의사들의 협조는 필수이다. 가령, 미국 뉴욕에 위치한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에서는 의사들의 진료 결과를 컴퓨터로 입력해 그 병원의 관련 의사들은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다.

문제는 모든 병원이 이와 같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사례로 컨설팅 회사인 앤더슨 컨설팅은 ‘문서화 전략(codification strategy)’을 사용해 컨설턴트들이 상담한 모든 내용을 컴퓨터로 입력하여 컨설턴트 간에 공유하도록 한다. 반면에 매킨지는 ‘개인화 전략(personalization strategy)’을 사용한다. 그 이유는 컴퓨터에 자문 결과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및 운용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전문가 개인 간의 소통을 장려한다.

이와 같이 창의적이며 종합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과 같은 수준의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암묵적 지식을 어떻게 형식지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뇌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언어 중추는 좌 뇌인데, 인간이 알고 있는 지식의 10% 정도만 정확히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말이나 글로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암묵적 지식 90%를 어떻게 형식적 지식으로 만들 수 있는지가 인공 지능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박검진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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