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초대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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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임영웅 <연출가>】연극은 여러 사람의 번거로운 과정과 오랜 시간이 걸려서 이루어지는 작업이라 그 어려움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렇다고 자기 좋아서 하는 일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또 돈 버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덤벼 든 일도 아니니(그렇다고 돈 안 벌어도 좋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돈 안 벌린다고 푸념할 생각도 없다.
그래도 거기서 얻는 반대급부가 있다면 그런 우리들을 향해 보내주는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격려일 것이다.
그러나 가끔 그 관객들 속에 진정 우리의 연극을 관극하기 위해 매표구 앞에 줄을 서서 표를 사고 들어온 진짜 관객의수는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면 막 오르기까지에 쌓인 노고와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맥이 탁 풀리고 만다.
우리 사회는 이상하게도 연극이나 음악회·무용공연 등 문화행사라면 으례 수많은 초대권이 나돈다.
그건 워낙 관객수가 적다보니 초대권 손님이라도 관객만 많아주면 좋아하던 우리 무대관계자들이 남발한 초대권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고 우리를 아껴주는 사람들까지도 꽃다발과 콜라박스를 사오는 것은 예의로 알면서도 매표구 앞에 줄을 서서 표를 사주는 노력과 성의는 까맣게 잊는 것이 상례다.
외국에 가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현대적 무대시설을 갖춘 좋은 극장이 아니라 진정으로 무대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관객들의 존재였다.
화제의 공연은 1년 전에 이미 예약이 끝나 표를 살수 없었던 일과 표를 사기 위해 매표구 앞에 줄을 지어 늘어선 관객들의 모습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용기를 얻는 것은 거창한 문화진흥정책보다는 그런 작은 일들이다. 연극하는 사람들만의 경우가 아니다. 단 며칠 또는 단 하루의 공연을 위해 온 정열을 다 쏟아 막을 올린 사람이면 누구나가 다 절실하게 공감하는 아쉬움일 것이다. 「좋은 관객은 좋은 무대를 낳게 한다」는 말을 자주 되새기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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