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농민 등 일반인들 판화솜씨 자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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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근로자· 농민회사원·주부·학생 등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문인의 작품을 모은 「시민미술학교」 판화전(1∼7일)이 서울 중학동 한마당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광주·이리·서울·성남·부산·인천 등지의 시민미술학교에서 공부한 일반인들이 제작한 판화작품 70여점(1인1점)이 출품됐다.
각지에서 시민미술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모두 7백여명-.
이들이 이처럼 전국단위의 「시민미술」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민미술학교가 생긴 것은 83년 봄-.
홍성담·최열·송만규·최민화·홍선웅·문영대씨 등 민중미술운동을 벌이는 젊은 화가들이 전국각지에서 지도교사로 일했다.
이들은 작가가 민중의 생각이나 생활을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주체적으로 자기들의 의식이나 생활을 표현하는 시민주체미술이 결합되어야 역사와 민족의 애환을 담은 참다운 민중미술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시민미술학교 판화반 교육과정은 첫째 날에 「예술에 나타난 민중의 모습」강의를 듣고 얼굴 그리기 실기로 시작된다.
5일 동안 매일 강의와 실기연수를 하고 2일간 제작한 작품을 전시, 품평회를 갖는다.
이번에 이렇게 1주일 동안 공부한 결과를 선보이는 것이다.
시민미술학교 판화전을 기획한 문영대씨는 『전문가들이 놓치는 문제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면서『하나하나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M교회에서 일하고 있는 김용신씨의 작품 『한반도여』는 사람으로 국토분단의 아픔을 그려냈다는 것.
화가 최민화씨는 『이리의 주부 김복순씨의 작품 「단비」는 호미를 들고 일하다가 단비를 맞아 활짝 웃는 모습을 건강하게 바라본 수작이다』고 칭찬했다.
이번에 내놓은 판화들은 대부분 선이 굵은 목판화들이다.
이들이 목판화를 택한 것은 제작하기가 쉽고 간편하기 때문에 미술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라는 것.
미술평론가 유홍준씨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민중자체가 가지고 있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정서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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