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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무성이 옥새 들고 나르샤

중앙선데이

입력

?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 보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새누리당이 유투브에 올린 홍보 영상 '총선액션활극'말입니다.? 새누리당 공식 선거운동복인 빨간색 야구점퍼 차림을 한 김무성 대표가 점퍼를 벗으면서 호기롭게 외치는 장면으로 영상은 시작됩니다."원유철도 뛰어라!" ? 한강다리 위를 뛰는 김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의 달음박질치는 장면이 차례로 이어지고 그 위로 '무성이 옥새 들고 나르샤''원유철 도장 찾아 삼만리'란 자막이 뿌려집니다. 당 대표 직인과 함께 '도장은 언제나 그 자리에'란 자막이 나타나더니 김 대표와 서청원·이인제·김을동 최고위원등 지도부와 당직자들이 손에 손잡고 활짝 웃으며 행진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공천을 둘러싸고 원수처럼 으르렁대던 '막장 드라마'의 주역들이 언제 그랬냐는듯이 함박웃음을 지어보이고 '잠자는 국회서 일하는 국회로'라는 엔딩 자막이 흐르면서 영상은 끝납니다.? 선거전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을 아예 희화화해버림으로써 한번 크게 웃어넘겨버리면 그만인 사소한 문제쯤으로 만들어버린 겁니다.'침대는 과학입니다'란 카피로 낙양의 지가를 끌어올린 광고 전문가(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의 작품이죠. 광고의 힘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인터넷엔 '멋있다''카리스마 넘친다''역시 스타감'이라며 김 대표를 칭송하는 글이 넘겨납니다. 제작자의 기획 의도가 100% 적중한 셈이죠. 어떤 종편의 정치 토크 진행자는 김 대표가 무슨 대단한 영웅적 행동이라도 한양 호들갑을 떨며 찬양 일색의 멘트를 토해내더군요. 불과 1주일 전,자신이 그토록 맹비판했던 옥새 파동을 벌써 잊은건지….? 유권자에게 실망을 준 공천 파동을 오히려 홍보 소재로 역이용해 새로운 스토리로 꾸민 이 영상은 광고의 이론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광고가 뭡니까. 관심을 유도하고 설득해 상품을 팔거나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게 만드는 기술 아닙니까. 광고가 소비자의 심리에 파고들려면 필연적으로 사실의 축소,희석 혹은 확대,과장의 재해석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은 아예 가려서 없애버리거나 축소하고,보여주고 싶은 부분은 사실보다 크게 부각,과장하는 '왜곡의 과정'이죠. 왜곡은 판타지를 낳습니다. 판타지를 담은 영상의 힘은 강렬합니다. 카우보이 복장을 한 채 말버러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광고를 본 많은 미국 남성들이 '나도 저런 야성적 남자가 될 수 있을 거야'라고 믿으며 말버러 담배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열었듯이 말이죠. 하지만 담배가 가져다준 건 '야성남'이 아니라 폐암이었죠.(실제로 말버러 담배의 매출은 급증했으나 광고모델을 맡았던 3명이 폐암으로 사망했습니다).


? 광고가 정치와 결합되면 이보다 몇갑절되는 위력을 발휘합니다. 선거전에선 더욱 그렇죠.? 선거의 계절,광고 전문가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조동원 본부장 영입으로 새누리당이 재미를 보자,더민주당은 소주 '처음처럼''참이슬'을 작명했던 손혜원 홍보위원장을 영입했지요.'문재인을 디스해달라'며 이른바 '셀프 디스' 이벤트를 벌였던, 바로 그 분입니다.? 광고와 정치의 결합을 "유권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라고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정치의 상실감'이 너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공천 파동을 거치면서 여야 할 것없이 정치권의 적나라한 민낯을 목격했습니다. 당헌당규보다 우선되는 실력자의 말 한마디,기준과 원칙이 무시된 묻지마 공천,이 와중에 개인의 이익 지키기에 급급한 소인배들의 돌출 행동들이 유권자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실망을 줬습니다. 아직 막장극의 기억이 생생한데,막장 공천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는데 난데없는 '총선액션활극'동영상이라니요. 또 친박계-비박계 수장들이 얼싸안으며 함박웃음을 짓는 사진이라뇨. 정치가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 총선이 열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선거전이 치열해질수록 약점을 감추려는 분장의 두께는 점점 두터워 지겠죠. 감성에 호소하는 자극적인 광고물은 또 얼마나 나올까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꾸 덧칠해 민낯을 감추려는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겠습니다. 국회의원 뽑는 건 말버러 담배 고르는 것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이번주 중앙SUNDAY는 4·13 총선의 이면에 드리워진 여야 각당 수뇌부들의 '두뇌 플레이'를 분석합니다. 각 당이 내놓은 목표 의석수가 내포하고 있는 함의는 무엇인지, 목표 의석수 달성과 대선 각축 구도의 함수관계를 풀어드립니다. 또 원조 친박에서 진박·월박·비박·원박등으로 분화되는 과정에서 싹튼 애증의 심리학적 분석을 통해 친박계를 해부하는 이색 기획도 마련했습니다.


? 오늘 오전, 유럽의 축구 전문 사이트 골닷컴이 "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이번 시즌이 끝나면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올렸습니다. 계약 기간 5년,이적료는 5억 유로라고요.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리르파 루프(Lirpa Loop).? 이쯤에서 눈치 채셨나요? 기자 이름을 거꾸로 읽으면 April Pool.만우절을 뜻하는 'April Fool's Day'와 비슷하죠. 맞습니다. 만우절을 맞아 장난 기사를 올린 겁니다. 외신을 뒤져보니 올해도 만우절 장난 기사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네요.? 가벼운 거짓말이나 장난으로 상대를 골탕 먹이는게 용인되는 날, 만우절에 대한 학창시절의 추억,다들 있으시죠? 오랜만에 옛 친구를 찾아 장난 레터 한 통 띄워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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