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긴 삼겹살, 매운 닭고기 국수…친근하고도 독특한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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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북부를 대표하는 음식 카오소이. 닭볶음탕 국수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튀긴 면발을 고명처럼 얹는다.

태국 북부 미식 탐험

흔히 태국 음식은 5미(味)가 모두 강해 자극적이라고 한다. 달고, 짜고, 맵고, 시고, 쓴맛이 강해 호불호가 갈린다. 한데 태국 북부의 치앙라이·치앙마이 지역 음식은 조금 다르다. 무엇보다 덜 자극적이다. 해산물보다 육류, 그중에서도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다. 산악 지역이라 채소도 다채롭다. 인접한 미얀마와 중국 윈난성과 교류가 많았던 영향으로 양념이나 조리법도 색다르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방콕이나 푸껫 같은 대도시, 유명 휴양지보다 물가가 저렴해 부담없이 ‘미식 여행’을 즐기기 좋다. 치앙라이와 치앙마이에서 맛본 익숙하고도 이채로운 태국 북부 음식들을 소개한다. 

한국식 감자탕·갈비와 닮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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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의 유명 레스토랑 ‘똥뗌또(Tong Tem Toh)’. 소시지, 똠얌, 돼지 목살 바비큐 등이 아주 맛있다.

태국 북부, 치앙라이·치앙마이 지역을 일컬어 란나(Lanna) 지역이라 한다. 고대 란나 왕조가 이 지역에서 융성했다. 하여 이 지역 음식도 ‘란나 음식(Lanna Food)’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란나 음식 중에는 돼지고기 요리가 많다. 대부분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다. 가장 흔한 게 목살 바비큐다. 간장 양념을 한 목살을 직화로 구워내는데 그 맛이 우리네 돼지갈비와 비슷하다. 짭조름하고 달달하다. 이걸 그냥 먹는 게 아니라 피시소스(한국의 멸치액젓과 비슷한 맛), 고춧가루, 설탕 등을 섞은 소스에 찍어먹는다. 튀긴 삼겹살도 맛있다. 겉은 바삭, 속은 쫀득하다.

한국에서 돼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남김없이 먹듯, 태국에서도 돼지는 거의 모든 부위를 인간에게 내준다. 족발은 튀겨 먹고, 신선한 선지는 국에 넣어 끓여서 먹고, 등뼈는 한국식 감자탕과 비슷하게 채소와 끓여서 먹는다. 소시지도 만들어 먹는데 순대와 서양식 소시지의 중간쯤 되는 맛이다. 태국 북부에서 즐겨 먹는 간식 중에는 돼지 껍데기를 얇게 썰어 튀긴 과자도 있다. 식사를 하면서 곁들여 먹기도 한다. 중국 윈난성 이주민들이 사는 고산지대에서 간장 양념을 한 돼지고기를 먹었는데 중국 요리에서 나는 특이한 향이 입 안에 퍼졌다. 팔각 같은 향신료를 많이 써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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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라이 고산지대, 중국 이민족이 운영하는 식당. 중국식 음식을 중국식 회전 식탁에서 먹는다.

치앙라이는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다. 하여 산에서 난 채소도 많이 먹는다. 한국식 나물처럼 무쳐 먹고, 국으로 끓여 먹고, 샐러드로도 많이 먹는다. 세계 3대 수프로 꼽히는 똠얌도 북부 지역에서는 새우나 닭고기, 생선보다 버섯을 넣어서 먹는 게 일반적이다. 같은 똠얌도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덜 맵고 자극적이다. 태국 사람들은 북부 지역은 날이 서늘하고 건조해 음식을 덜 자극적으로 먹는다고 말했다.

치앙마이 반캉왓 마을 ‘뷔페 홈’에서 맛본 다채로운 커리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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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북부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표고버섯 외에도 민달걀버섯, 풀버섯 등 온갖 희귀한 버섯을 많이 먹는다. 원래 치앙라이 고산지 주민들은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 재배로 생계를 유지했다. 태국 왕실은 이른바 ‘로얄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들이 아편 대신 새로운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도왔다. 차, 커피, 견과류, 과일 등이 대체 작물이었는데 그중 버섯도 중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치앙라이 야시장에서 맛본 음식들. 디저트부터 푸짐한 끼니용 식사까지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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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라이, 치앙마이 지역에서 꼭 먹어봐야 할 독특한 국수가 있다. 바로 카오소이(Khao Soi)다. 방콕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카오소이를 팔지만 ‘정통 카오소이’는 치앙라이, 치앙마이에서 먹어봐야 한다. 카오소이는 중국 윈난성 이주민들이 가져온 음식이다. 국물 맛은 친숙하다. 닭볶음탕처럼 닭고기를 넣어 맵게 끓인 국물에 코코넛 밀크를 섞는다. 걸쭉한 국물은 맵고 달짝지근하다. 면발은 동남아시아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것과는 영 딴판이다. 우선 면이 샛노랗다. 계란을 많이 넣어서 그렇다. 면 대부분을 삶아서 넣고, 한 움큼은 기름에 튀겨서 고명처럼 얹어 먹는다. 보통 태국에서 쌀국수 한 그릇을 먹으면 성인 남성이 포만감을 느낄 정도는 아닌데 카오소이는 아주 든든했다.

유기농 커피, 근사한 카페도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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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퉁 산자락에서 키우는 유기농 커피.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기겁할 만한 음식도 있다. 치앙라이에서 만난 가이드 조이가 꼭 먹어봐야 한다며, 한 식당으로 데려갔다. 이미 먹어봤던 돼지 목살 구이, 표고버섯 볶음 등을 시켰는데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개미 알탕’이었다. 각종 채소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국에 하얀 개미 알이 둥둥 떠있었다. 꼭 쌀밥을 말아놓은 것 같았다.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국을 먹어봤다. 톡톡 터진 알에서 식초처럼 신맛이 났다. 바로 이 맛을 즐기려고 개미 알을 먹는단다.

한국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큰 번데기도 시장에서 많이 판다. 치앙라이 야시장, 토요시장은 먹거리 천국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치앙라이 전통음식과 다채로운 간식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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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맛을 인정받은 도이창 커피. 치앙라이 시내에 카페가 있다.

고산지대에서 재배한 차와 커피도 마셔봐야 한다. 녹차, 홍차도 있지만 대만에서 전수해준 기술로 만든 우롱차는 꼭 마셔봐야 한다. 은은한 향이 일품이다. 치앙라이산 커피는 다양한 브랜드가 있다. 대부분 고산지대에서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하는 아라비카 커피다. 도이창(Doi chang) 커피가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맛을 인정받은 스페셜티 커피로, 종로·분당 등에도 매장이 있다. 태국 왕실이 설립한 ‘매파루앙 재단’에서 판매하는 도이퉁(Doi Tung) 커피는 태국 주요 대도시와 공항에 매장이 있다. 태국 사람들이 진한 커피를 좋아해서인지 산미보다는 쓴맛이 강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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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치가 좋은 치밋 타마 다 카페. 트립어드바이저 이용자들이 치앙라이 맛집 1위로 꼽은 집이다.

최근 한국의 젊은 여행자 사이에서는 ‘먹고 마시고 쉬는’ 동남아 여행이 유행이다. 굳이 관광지를 바쁘게 돌아다니거나 관광객 무리과 떼지어 다니 기 보다 여유를 즐긴다. 카페와 아담한 갤러리가 많은 태국 치앙마이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치앙마이 외곽에 있는 반캉왓(Baan Kang Wat) 마을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치앙마이 시내에 살던 예술가들이 만든 일종의 대안 마을로, 수공예품·중고 책 등을 팔고 식당·카페·게스트하우스도 있다. 주말에는 야외 공연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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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왕실 직속 재단에서 만든 도이퉁 커피.

치앙라이에도 추천할 만한 카페가 있다. 치앙라이 시내에서 공항 가는 길, 콕 강가(Kok River)에 있는 치밋 다마 다(Chivit Thamma Da) 카페다. 스웨덴 남편과 태국 부인이 운영하는 근사한 카페로, 골동품 가구와 빈티지 제품을 잔뜩 전시해뒀다. 마사지 숍도 운영한다. 웬만한 특급호텔이 부럽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방문객 모두가 극찬하는 집이다.

여행정보=한국에서 태국 치앙라이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에어아시아(airasia.com)를 이용하면 방콕 돈므앙 공항을 경유해 치앙라이까지 쉽게 갈 수 있다. 에어아시아 그룹의 태국 회사 타이에어아시아엑스가 인천∼방콕 노선을 매일 운항 중이다. 방콕∼치앙라이 국내선은 타이에어아시아가 하루 5회 운항한다. 방콕~치앙마이 노선은 하루 12회 운항한다. 자세한 여행 정보는 태국관광청 홈페이지(visitthailand.or.kr) 참조.

[영상]  태국 치앙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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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