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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승민 유세차 지나가는 길에서 흐느껴 운 이재만···"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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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 전 동구청장. 피켓에는 “여러분 고맙습니다. 구민여러분 고맙습니다. 이재만”이라고 쓰여 있었다.

4·13 총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오전 8시 30분. 대구 동구의 용계삼거리에 빨간 점퍼를 입고 목에 대형 피켓을 건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왕복 8차선 도로의 중간에 있는 화단 위에서 오가는 차량을 보며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펴기를 반복했다.

새누리당의 ‘옥새파동’끝에 공천을 받고도 대구 동을에 출마할 수 없게 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었다. 피켓에는 “여러분 고맙습니다. 구민여러분 고맙습니다. 이재만”이라고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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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 전 동구청장. 피켓에는 “여러분 고맙습니다. 구민여러분 고맙습니다. 이재만”이라고 쓰여 있었다.

세상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습니까. 5개월 동안….”

그는 “어떤 심경으로 인사를 드리고 있는 거냐”는 기자의 물음에 답하려다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그때 마침 대구 신기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마치고 무소속 류성걸·권은희 후보와의 공동 출정식 일정때문에 이동하는 유 후보의 유세차가 옆으로 지나갔다. 흰색 옷을 입은 유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걸그룹 에이핑크의 ‘미스터츄’를 개사한 ‘미스터유’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이 전 청장은 눈물을 훔치고 말을 이어갔다.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오늘) 선거운동을 해야되는데… 5개월동안 추운 겨울에 죽도록 고생하고 출마도 못하고. 헌법 정신이 뭡니까. 출마하고 싶은사람 출마도 못하게 하는 게 우리나라 헌법입니까?"

김무성 대표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이재만 단수공천에 반발해 그의 공천장에 당 대표 직인을 찍어주지 않았다. 경선을 하지 않고 유 후보를 탈당으로 내몬 것은 상향식 공천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전날 관훈클럽 초청토론에서 김무성 대표는 이 전 청장에게 미안함을 표하며 "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청장은 “김 대표가 그저 정치적으로 자기 면피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저한테 전화 한 통도, 조그마한 어떤 것도 없었다”고 차갑게 말했다.

"대한민국이 이런나라입니까, 어떻게 출마를 못하게 할 수 있습니까. 다들 선거운동하는데 (저는) 이게 뭡니까. 제 지지자 500명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라며 또다시 소리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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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나가는 주민들이 투표할 데가 없다고, 어디에 투표를 해야하느냐고 묻는다”며 “이렇게 참정권을 박탈해도 되느냐, 여기에 대해 아무도 책임있는 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전 청장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최영훈 공보팀장은 “선거운동은 할 수 없게됐지만 이재만을 지지해주신 구민들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리고 있다”며 “어제는 불로삼거리에서 피켓을 걸고 인사했지만, 이제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만큼 이런 것도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청장은 전날 밤 선거사무소에 걸린 대형 현수막도 철거했다.

대구=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사진 : 김경희 기자, 동영상 :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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