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치참여 의식이 표로 직결|한동안 움츠려든 욕구가 「바람」타고 타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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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마디로 12대총선거는 참여의 폭발이었다.
예상을 뒤엎고 총선 투표율이 84.6%를 기록, 4대 국회 이후로는 최고 기록이다.
이번 선거가「동토선거」로 불릴 정도로 초기에는 추운 날씨로 저조한 참여와 투표율이 우려됐었다. 집권당에서조차도 11대의 78.4%에 비해 1%정도 높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유세에 들어가면서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종로-중구에 10만 가까운 인파가 모여 과거 한강백사장인파를 상기시켰는가하면 대도시의 모든 유세장 에는 매번 3만∼4만명 인파가 넘실거렸다.
선관위의 집계로만 보아도 11대의 유세장 청중이 3백60만명이었던데 비해 이번에는5백여만명이 모였다.
이런 유세장의 인파를 보면서 일부에서는 일과성 바람」이라고도 했다.
역대 한국의 선거양상에서 아무리 야당의 바람이 불어도 표와는 무관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리라.
특히 과거에는 투표율이 높아지면 여당에 유리한 징조라고들 했다 그것은 동원된 유권자의 수가 증가한다는 뜻이였다.
그러나 이번 야당바람은 표를 동반한 돌풍 이였다.
5·16직후 6대 선거가 72.1%였으나 7대 때는 76.1%로 올라섰고 8대 때는 야당이 80여명이상 의회에 진출하는 이변도 생겼다. 또 유신1기인 9대가 71.4%였으나 10대 때는 77.1%였다.
변혁기에 전면에 나타나는 힘의 논리로 인해 일시 움츠러들었던 국민의 욕구와 의식이 세월과 반작용의 논리에 의해 다시 제자리를 찾는 현상이라 볼수 있다.
이번 선거도 그런 현상의 하나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몇 가지 새로운 양상이 전개됐다.
그 중하나가 야당의 바람을 몰고 온 청중들의 질적인 변화였다. 과거 유세 장에는 장·노년층이 주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20∼30대 청년층이 유세 장을 주도하며 함성도 지르고 적극적인 지지의사도 표현했다.
특히 젊은층은 유세장의 열기와 욕구를 구체적으로 투표장으로 가져가는 행동파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4년 간 의식·무의식적으로 정치참여가 제한 받았다는 소외의식이 상승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변혁기를 거치면서 11대 선거를 했으나 그것은 여러 낯익은 정치인이 묶인 제한된 선택 이였다. 그러나 12대 선거 때는 아직 일부는 묶여 있으나 대부분의 청치권 인사가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국민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이러한 기대감이 투표율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당국과 여야후보들의 기권방지캠페인도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주목될 현상은 선심과 관리에 의해 동원된 표는 여당으로 간다는 종래의 고정관념도 이번으로 불식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역표의 향방이 달동네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예상이 전혀 빗나간 것이 그 뒷받침이다. 그만큼 우리국민의 정치의식이 이제는 높아졌다고 봐야한다. <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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