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키울 때 너무 심각하면 우울증 걸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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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터넷 때문에 사람들이 독서를 안 한다고 하지만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이 책 읽는 데 방해만 되는 건 아니에요. 책 홍보에도 도움이 되고 인터넷 덕에 독자 반응을 바로바로 알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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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인터넷 스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캉디스 코른베르그 앙젤(35·사진)은 인터넷과 종이책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파리 중심가 콩코드광장 근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나눈 이야기에서 책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치원 교사 출신인 앙젤은 2011년 부모를 위한 인터넷 사이트(www.family-deal.com)를 만들고 ‘맘가이버(Mam Gyver:엄마와 맥가이버의 조합어)’란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좀 망가져도 난 행복한 엄마』의 앙젤
때론 남의 자식 보듯 재밌게 여겨야

2010년과 2011년 연년생으로 두 아들을 낳은 그가 “처음 엄마가 됐을 때의 어쩔 줄 몰랐던 심정을 다른 부모들과 나누고 싶어” 만든 사이트였다. 사이트 인기가 치솟으며 그도 주부 스타로 떠올랐다. 2012년엔 6개월 동안 TV ‘디렉트8’ 채널의 건강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현재 사이트 방문자 수는 월 50만 명에 이르고 페이스북 팔로워도 18만 명이 넘는다. 최근 한국어로도 번역된 그의 첫 책 『좀 망가져도 난 행복한 엄마』(문학세계사)는 2014년 11월 프랑스에서 출간됐을 당시 판매 첫날 1만 부 넘게 팔리며 대형서점 ‘프낙’과 아마존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세 권의 책이 더 출간됐다.

그의 작업은 책과 인터넷 콘텐트의 융합이다. 인터넷 사이트와 페이스북에서 방문자들과 나눴던 이야기를 종이책 콘텐트로 가공한다. 그는 “책 안에 자기 얘기가 들어있다는 걸 독자들이 좋아한다. 인터넷에서 가볍게 주고받았던 이야기가 문학적 스타일로 가공돼 책에 실린다는 데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책은 한 챕터 분량이 3쪽 정도다. 그는 “현대인은 다 바쁘지만 특히 부모가 되면 시간이 정말 없다. 잠깐 짬이 났을 때 한 챕터라도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하루 일과도 쉴 틈 없이 빡빡하다. 오전 8시30분까지 두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준 뒤 사무실로 출근, 사이트 관리와 책 원고를 집필한다. 아이들 귀가 시간은 오후 5시30분. 그는 “아이들이 잠들면 다시 일을 한다”고 했다.

경력 7년차 워킹맘인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의 덕목은 유머다. 그는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일들을 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우울증 걸린다. 제3자 입장에서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사이트와 책이 담아내는 콘텐트의 기본도 유머다. “엄마가 아이한테 하는 말을 통역하면 ‘아빠한테 부탁해 봐’는 ‘이제 아빠가 악당 역할을 할 차례야’이고, ‘생각 좀 해볼게’는 ‘너한테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증거를 찾을 수 있도록 엄마한테 2분만 줘’가 된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이렇게 애써 웃을 일까지 찾아야 견딜 수 있는 혹독한 자리가 ‘엄마’인데도 그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엄마에 대한 아이의 절대적인 사랑을 느낄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이유에서다.

파리=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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