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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다들 우리의 매력에 푹 빠졌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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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다들 우리의 매력에 푹 빠졌구나?
차트 역주행 중인 '주토피아' 매력 탐구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디즈니 동물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월 17일 개봉, 바이런 하워드·리치 무어 감독)가 흥행 역주행에 들어섰다. 개봉한 지 한 달 넘은 시점에서 입소문을 통해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영화가 끝나도 자꾸 생각나는 취향 저격 캐릭터,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기존 관객의 반복 관람까지 이끌어 내고 있다. ‘주토피아’는 어떻게 관객을 사로잡은 것일까. 여섯 가지 매력 포인트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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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 돋는 심(心)스틸러

관객의 배꼽을 뺀 주인공이 있다. 바로 교통관리국에서 일하는 나무늘보 플래시(레이먼드 S 퍼시·목소리 출연)다. 번개를 뜻하는 이름과 다르게 어마무시하게 느긋한 움직임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며 ‘주토피아’의 ‘공식 신스틸러’ 자리를 따냈다. “토끼 보러 갔다가 나무늘보에 빠졌다”는 관람기가 속속 올라올 정도로 사랑받는 캐릭터다. 어디 그뿐인가. 닉의 사기꾼 동업자, 피닉(토미 타이니 리스터·목소리 출연)을 빠뜨리면 서운하다. 겉은 깜찍한 아기 사막여우지만, 입을 여는 순간 걸걸한 흑인 아저씨 목소리로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재미있는 건 두 캐릭터 모두 이름이나 외모와 얽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 편견 섞인 시선에 경종을 울리는 영화의 메시지를 캐릭터에도 반영시킨 제작진의 솜씨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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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닉주디

이렇게 사랑스러운 동물 커플을 봤나. ‘주토피아’ 흥행 열풍의 중심에는 단연 초긍정 토끼 경찰관 주디(지니퍼 굿윈·목소리 출연)와 능글맞은 사기꾼 여우 닉(제이슨 베이트먼·목소리 출연) 사이의 ‘폭풍 케미’가 있다. 경찰관과 용의자로 만난 이들은 잠깐 투닥거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 드라마 ‘X파일’ 시리즈(1993~, FOX)의 FBI 수사관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스컬리(질리언 앤더슨)처럼 손발이 척척 맞는 팀 플레이를 보여 준다. 그렇다고 마냥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농담과 격려로 서로의 연약한 부분을 따뜻하게 보듬는 이들에겐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2016, tvN)이 보여준 것처럼 ‘심쿵’하게 하는 달착지근한 순간도 있다. 포식자와 피식자, 동료와 연인 사이를 오가는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매력. 속편 제작 소식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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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젤과 함께 춤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춤과 음악이 빠질 수 있으랴. ‘주토피아’의 분위기를 한껏 띄우는 건 콜롬비아 출신 가수 샤키라가 목소리 연기를 맡은 주토피아 최고의 디바 ‘가젤’이다. 그가 부르는 흥겨운 주제곡 ‘Try Everything(모든 걸 해 볼래요)’이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역삼각형 몸매, 절도 있는 춤사위로 가젤과 함께 ‘칼군무’를 펼치는 호랑이 백댄서들의 위용은 또 어떤가. 흥겨운 댄스 비트에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면, 디즈니가 공식 개설한 웹사이트 ‘가젤과 함께 춤을(http://dancingwithgazelle.com)’에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뚱뚱한 표범 경찰 클로하우저(네이트 토렌스·목소리 출연)처럼 애플리케이션으로나마 가젤과 함께 신나게 몸을 흔들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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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알같이 패러디했Zoo?

마피아 두목 미스터 빅(모리스 라마체·목소리 출연)의 이탈리아식 발음이 어쩐지 익숙하다면, 당신의 짐작이 옳다. 주디와 닉이 빅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장면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고전영화 ‘대부’(1972) 초반부를 그대로 따왔다. 마피아 두목 돈 비토 콜레오네(말론 브란도)의 표정이나 제스처는 물론, 명대사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까지도. 그뿐 아니다. 버려진 전철에서 노란 방역복을 입고 밤의 울음꾼을 재배하는 악당 양은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2008~2013, AMC)의 마약업자 주인공 월터(브라이언 크랜스톤)를 패러디했다. ‘저스트 주 잇(Just Zoo It·나이키 표어 패러디) ‘주글(Zoogle·구글 패러디)’ 등 유명 회사는 물론, 올해 아카데미 후보작 제목을 패러디한 다양한 동물 버전 포스터를 만든 센스도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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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판 미생

공감 100배 현실을 반영한 점도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초식동물이자 여성인 주디가 거구의 남성 육식동물로 가득 찬 경찰서에서 마주치는 파란만장 에피소드는 드라마 ‘미생’(2014, tvN)과 닮았다. 동물판 ‘미생’이라 해도 좋을 만큼 직장 생활의 애환을 ‘웃프게’ 그리며 20~30대 직장인들의 진한 공감을 샀다. 고향을 떠나온 자취생의 쓸쓸한 도시살이 역시 남 일 같지 않다. 편견과 차별 등 현대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점도 ‘주토피아’를 ‘핫’하게 만들었다. 인종 차별에 휩싸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특정 인종 비하 발언 등 미국 사회의 현안과 개봉 시기가 겹치며 이슈가 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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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울음꾼

동물이 등장한다고 그저 그런 아동용 어드벤처영화로 오해하면 오산이다. ‘주토피아’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리한 추리 수사극. 범인이 밝혀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육식 동물들의 연쇄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주디와 닉은 수수께끼의 농작물 ‘밤의 울음꾼’에 얽힌 음모를 하나둘씩 파헤친다. 나체주의자들의 집단, 마피아 소굴 등을 돌며 사건의 실마리를 쫓는 과정은 형사 버디물에 흔히 등장하는 요소다. 어느 정도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던 찰나, 기발한 반전으로 한 번 더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결말 역시 신선하다. ‘주토피아’는 애니메이션의 단골 고객층인 어린이 관객뿐 아니라, 성인 관객의 취향까지 완벽하게 사로잡은 ‘어른을 위한 우화’다.

글=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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