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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와! 정글이다" VR 탐험 실제처럼 스릴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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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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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부터 박물관?공연장 등 VR(가상현실)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체험공간이 늘고 있다. 사진은 에버랜드 ‘프라이드 인 코리아’의 VR 기기 체험 모습과 롯데월드 어드벤처 ‘와일드 투어’의 정글 모험 영상을 합성한 것이다.

VR(Virtual Reality), 즉 가상현실은 더 이상 공상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최근 산업 전반의 흐름만 봐도 그렇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16’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 2016’에서도 핵심 키워드는 VR이었다. 삼성전자·마이크로소프트·오큘러스·소니 등 세계적인 기업이 다양한 콘셉트의 VR 기기를 선보였다. 덩달아 영국의 투자은행 디지캐피탈도 전세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실제 공간에 3차원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의 시장 규모가 2020년 1500억 달러(약 17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도대체 VR이 뭐 길래 전 세계가 난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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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 세계의 이목이 VR에 집중돼 있다. 스페인 MWC 2016 참가자들이 삼성전자 기어 VR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VR은 문자 그대로 실제처럼 느껴지는 가상의 세계다. 세계 굴지의 기업이 VR에 목을 매는 건 그 폭발적인 잠재력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 기업이 디스플레이 기기부터 촉각형ㆍ탑승형ㆍ동작인식형 기기를 비롯해 게임ㆍ영상ㆍ홀로그램까지 다양한 VR 콘텐트를 개발하고 있다.

제작이 가장 활발한 건 고글 모양의 디스플레이 기기 HMD(Head Mounted Dis play)다. 360도 어느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도 시점이 따라 움직여 사람으로 하여금 실제 그 공간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가령 HMD에 쥐라기 시대의 가상 공간을 띄어놓고, 공룡과 함께 뛰어노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도 에베레스트로 가상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우운택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도 “이제 시각적인 VR 기기는 어느 정도 완성기에 접어들었다. 콘텐트와 플랫폼만 마련되면 게임 외에 테마파크·교육·의료·여행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VR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전망했다.

현재 가상현실을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분야는 게임과 테마파크다. 지난해 호주에서 문을 연 VR 게임 전문 테마파크 ‘제로 레이턴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시설은 겉보기에 별 게 없다. 빈방에서 모형 총을 든 사람이 HMD를 쓰고 허공에 총질을 하는 식이다. 언뜻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HMD 안에서 사람은 대도심을 무대로 좀비와 사투를 벌인다.

한국에도 VR을 접목한 디지털 체험 공간이 꽤 있다. 주로 테마파크에 많다. 이제 테마파크는 레일을 까는 대신에 디지털 체험 프로그램을 설치한다. 이를테면 롯데월드는 2014년 시뮬레이터 차량을 타고 모험 영상을 즐기는 ‘와일드 투어’를 선보였다. 강원도 태백의 안전체험 테마파크 365세이프타운에는 풍수해와 산불을 간접 경험해볼 수 있는 시뮬레이터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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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KT 케이라이브에서 체험할 수 있는 지드래곤 홀로그램 콘서트. [사진 KT]

에버랜드에도 VR 역사체험시설 ‘프라이드 인 코리아’가 들어섰다. HMD를 쓰면 저 먼 동해 바다에 외로이 떠있는 독도가 눈 앞에 펼쳐진다.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는 동작 인식 센서가 달린 스크린 앞에서 가상 겨루기를 하고, 서울 KT 케이라이브 공연장에서는 홀로그램으로 싸이·빅뱅 등 톱스타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가상현실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사람의 뇌세포에 프로그램을 심어 가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아직 인류의 기술이 여기에 미치지는 못했다. 냉정히 말해 현재의 VR 기반 시설은 기술적 한계가 분명하다. HMD는 영화 분량의 초고화질 영상을 담을 만큼 사양이 높지 않다. 장시간 체험할 경우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HMD를 통한 가상체험 시간이 10분 안팎으로 한정돼 있는 이유다. 시뮬레이터형 놀이기구도 3D영화보다는 실감날지 몰라도, 현실로 착각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가상현실의 완성도는 관람객이 느끼는 재미와 다른 문제다. 실제로 에버랜드에서는 여러 차례 HMD를 체험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 관람객의 증언이다.

“고개를 움직이는 대로 화면이 따라오는 게 너무 신기해서 몇 번이나 다시 봤어요. 처음에는 사방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세 번째부터는 독도가 꼼꼼하게 보이더라고요.”

태백 365세이프타운에서는 현장 수업 나온 초등학생 무리가 줄기차게 시뮬레이터에 올랐다. VR이 생생하다는 반응보다 “안전하고 재미있게 재난 교육을 받아서 좋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VR은 결국 일종의 속임수다. 국내의 디지털 체험 공간 역시 사람의 시각·청각 등을 자극해 실재하는 것처럼 착각하도록 이끈다. 가상 세계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미흡할지 몰라도, 현재의 VR은 몰입감 넘치는 놀이기구와 교육 체험 시설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이번 주 week&은 디지털 테마파크로 당신을 초대한다. VR을 접목한 체험 공간에서 HMD를 써보고, 시뮬레이터에 올라타보시라 권한다. 장담하는데, 분명 가짜라는 걸 아는데도 비명이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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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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