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못 된 수지, 4개 장관직 맡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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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얀마 민주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지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대표가 다음달 1일 출범하는 미얀마 민주 정부에서 4개의 장관직을 겸임할 예정이라고 BBC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무·에너지·교육·대통령실 겸직
미얀마 핵심과제 직접 챙길 의도

BBC는 수지 대표가 외무부·에너지부·교육부를 이끌고 대통령실 장관도 겸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수지 대표가 측근인 띤 쩌 대통령 옆에서 그림자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하며 새 정부 핵심과제인 교육·경제·외교 부문 개혁을 직접 주도하겠다는 의미다.

띤 쩌 대통령 당선자는 22일 의회에 수지 대표를 포함한 18명의 각료 명단을 제출했다. 이 중 15명은 수지 대표가 직접 선발했고, 국방·국경경비·내무 장관 후보 3명은 군부에서 추천했다. 미얀마의 장관직은 신설된 소수민족부를 포함해 모두 21개다.

미얀마타임스는 “공개된 내각 명단은 현 집권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이나 군부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명단에 수지 대표 외에는 여성이 없고 소수민족 출신도 1명(소수민족부 장관)뿐이라 NLD가 약속한 민족 통합 정신이 희석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미얀마 현지에서는 수지 대표가 입각할 경우 당 대표직과 의원직을 포기해야 하기에 NLD당수로서 정부 밖에서 개헌 논의 등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수지 대표는 새 정부의 안착을 위해 직접 내각에 들어가는 것을 택했다.

USDP의 코코 나잉 의원은 “수지 대표가 대통령실 장관을 맡으면 대통령 옆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외무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안보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무 장관직을 맡으면 11명으로 이뤄진 국가방위안보위원회 위원이 되기에 군사 부문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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