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유승민 문제 표결 못해” 비박 “시간 끌어 밀어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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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유승민(얼굴) 의원에 대한 ‘기나긴 고사(枯死) 작전’을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22일 오후 6시25분 서울 용산, 인천 남을, 대구 수성을, 결선투표 지역(남양주병, 군포을) 등에 대한 공천 결과를 모두 발표했다.

친박의 고사작전, 오늘밤 12시 결판
오늘 넘기면 무소속 출마도 불가능
홍문종 “스스로 나가라는 건 예우”

이날 공천 발표로 253개 지역구 중 250곳(98.8%)의 공천을 완료했다. 남은 3곳은 광주 두 곳(북갑, 광산을)과 유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을이다. 광주 두 곳은 후보를 구하지 못했지만 대구 동을은 심사 대상 후보가 있는데도 발표에서 쏙 빼놓았다. 이 위원장은 유 의원 문제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논의는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짧게 답한 후 급히 당사 기자실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실제 공천위 내부 회의에선 유 의원 문제에 대해 10여 분도 채 논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공천위원은 “비례대표 심사에 시간을 쏟느라 유 의원 거취에 대한 얘기는 몇 마디 안 나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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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유승민 의원의 공천 관련 질문에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왼쪽). 김무성 대표가 이날 오후 4·13 총선 국민공천배심원단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당사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 조문규·오상민 기자]

이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껏 공천위는 위원들 간의 합의로 운영돼 왔는데 유 의원 문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표결할 수 없느냐’는 물음엔 “이런 문제를 표결로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결국 유 의원이 탈당하지 않으면 무공천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셈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당 안팎에선 공천위가 막판까지 의도적으로 유 의원 문제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위원장을 비롯해 친박근혜계가 다수를 차지하는 공천위는 지난달 6일 발족한 뒤 45일간 유 의원 문제를 끌었다.

한 비박계 의원은 “‘23일 밤 12시’까지 시간을 끌어 탈당하게 만들려는 고의적 밀어내기”라고 비판했다. 선거법은 후보 등록기간(24~25일) 탈당한 사람은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면 23일까지 탈당해야 한다. 비박계 정두언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유 의원 등에 대한 ‘공천학살’로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지도부와 공천위 인사들이 1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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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도 외곽에서 유 의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홍문종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당당히 걸어 나가라. 그것이 (당의) 유승민 의원에 대한 예우이자 그나마 애정의 표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측근을 통해 “하루의 시간이 있는 만큼 끝까지 지켜보고 거취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공개발언을 삼갔다. 김 대표 측은 “내일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지만 당내에선 촉박한 총선 일정을 감안할 때 김 대표가 결국 친박계에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글=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조문규·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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