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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서울에서 4일, 인천 강화도에서 3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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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하우스를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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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 하점면 장정리에 자리한 세컨드 하우스들. 뒤에는 산, 앞에는 논이 있다.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시골의 정취를 느끼는 ‘멀티 해비테이션’을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서울 근교 시골 마을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서울서 한두 시간 … 바다 보고 텃밭 가꾸는 나만의 힐링 공간

“우리 삶에는 유년 시절을 보낸 기억의 집, 현재 사는 집, 살아보고 싶은 꿈속의 집이 있다. 이 세 가지 집이 겹친 곳에 사는 이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곳에 사는 게 불가능할 때 현재의 집에서 자유로워져 나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고(故) 정기용 건축가가 남긴 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직장과 가까워서, 집값이 오를 것 같아서, 자녀의 학교 때문에…. 현재의 집에 살게 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 많은 이유 중 ‘살아보고 싶어서’라는 말이 빠져있나요? 그렇다면 한번 꿈꿔볼까요.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볼 수 있는 두 번째 집 ‘세컨드 하우스’를 말입니다. 최근 인천 강화도에 세컨드 하우스를 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의 경험담을 통해 세컨드 하우스 라이프를 들여다봤습니다.

세컨드하우스, 도시 편리성과 시골 정취 동시에
입지 정할 땐 ‘도심과의 접근성’ 우선 고려해야
농·산·어촌 분위기 복합, 강화도 최적지로 주목

1980년대엔 유럽 별장 같은 고급 전원주택 붐
베이비붐 세대, 관리 부담 적은 소형주택 선호
외딴 곳보다 기반시설 갖춰진 단지가 편리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삭막한 도심을 떠나 한적한 곳에 위치한 전원주택을 구입하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아예 삶의 터전을 뿌리째 옮기는 귀농을 원하는 건 아니다. 익숙한 도시의 삶과 완전히 결별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 대안으로 떠오른 게 세컨드 하우스다. 도시의 집은 그대로 둔 채 용도에 맞게 제2의 집을 하나 더 마련해 양쪽 집을 오간다. 전원주택지로 널리 알려진 경기도 양평·가평와 더불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곳이 인천 강화도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최근 4~5년 전부터 세컨드 하우스의 최적지로 강화도가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강화도에 제2의 집을 마련한 네 가구를 찾아 그들의 ‘세컨드 하우스’ 예찬론을 들어봤다.

진짜 내가 살고 싶었던 집을 찾아

세컨드 하우스는 단순히 집 한 채를 더 보유한다는 것과 의미가 다르다. 가족과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는 거주 공간이 집의 본래 의미라면, 세컨드 하우스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필요성과 자산 가치, 의무감 등으로 마련한 첫 번째 집과 달리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꿈과 이상을 실현할 목적으로 짓는 게 세컨드 하우스”라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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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하우스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표선희씨와 두 여동생.

표선희(54·서울 목동)씨는 2009년 여동생 세 명과 함께 강화도 선원면에 땅을 사서 네 자매의 드림 하우스를 건축했다. 초록색 지붕을 올린 하얀 이층집은 줄곧 아파트 생활만 해온 네 자매가 꿈에 그리던 집을 현실로 옮긴 것이다. 자매는 주말이면 이곳에 모여 잔디가 깔린 정원에 앉아 차를 마시고, 텃밭에 심은 푸성귀들을 돌본다. 농사의 규모도 작지 않다. 텃밭에 심은 배추만 100포기가 넘는다. 무·고추·양파·상추·감자는 물론 루콜라나 타임 같은 허브도 심었다. 표씨는 “강화도는 토질이 좋아 어떤 작물을 심어도 흐드러지게 자란다”며 “네 가족이 풍성하게 나눠 먹고, 주변에도 선물로 줄 정도로 산출량이 많다”고 말했다.

네 자매는 “세컨드 하우스가 생기고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셋째 상희(47·서울 목동)씨는 “이 집을 지은 뒤부터 휴가지를 따로 정하지 않고 여름이면 온 식구가 이곳에 모인다”며 “2층 창문에서 내려다보면 아이들은 마당에 설치한 비닐풀장에서 실컷 물놀이하며 웃고, 텃밭에는 싱싱한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그 광경을 보는 것 자체가 힐링이고 행복”이라고 말했다. 둘째 정희(52)씨는 “몇 해 전인가, 주말에 내려와 보니 뒷산에 심어놓은 감자며 채소들을 고라니가 내려와 싹 파먹었더라”며 “그걸 보고 속이 상하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해 한참 웃었다”고 떠올렸다. “도심 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한 번도 느끼지 못한 계절의 변화, 자연과의 교감을 경험할 수 있어 삶이 다채로워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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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돌보다 잠시 볕을 쬐며 차를 마시는 남세봉·김태애씨 부부. 은퇴 전에는 주중엔 서울에서, 주말은 강화도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5도 2촌(五都二村) 생활을 하다가, 부부가 모두 은퇴한 뒤부턴 이곳을 본가로 삼고 서울 집에 가끔 들르는 4촌3도(四村三都)의 삶을 즐기고 있다.

2001년 강화도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한 남세봉(73·서울 개봉동)씨는 “현직에 있을 때 외국이나 지방 출장을 가면, 푸른 잔디밭을 가꾸며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웠다”며 “은퇴하면 꼭 잔디밭을 가꾸며 살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50대 때부터 주말마다 자신의 꿈의 집을 지을 땅을 보러 전국을 누볐다. 부인 김태애(65) 전 오산중 교감은 “남편과 함께 안면도부터 강원도 일대, 천안까지 서울 근교의 시골 동네는 안 가본 곳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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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돋아난 상추에 물을 주고 있는 남세봉씨.

집터를 강화도로 정한 건 바다와 산을 끼고 있는 농촌마을이라는 점에 끌려서다. 김 전 교감은 “거실 유리창으로는 바다가 내다보이고, 뒷산엔 수시로 노루가 출몰한다. 배를 부리는 동네 주민들이 때마다 두어 말씩 가져다주는 곤쟁이나 새우로 젓갈을 담그면 우리집은 물론 아들 내외까지 나눠 먹어도 남는다”고 얘기했다. 남씨 역시 꿈에 그리던 잔디밭을 손수 가꾸는 삶에 만족스러워했다. 은퇴 전엔 주말에만 와서 잔디와 텃밭을 돌보다, 은퇴한 뒤론 아예 이곳을 본가로 삼고 서울 집에 가끔 다니는 거로 용도가 바뀌었다. 그는 “동네 사람들이 내가 공들여 가꿔놓은 잔디밭을 보고 ‘참기름 발라놓은 것 같다’며 칭찬한다”며 “나이 들수록 흙을 만지며 사는 삶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경치 좋은 곳보다 가기 편한 곳에

세컨드 하우스에 대한 관심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김경래 OK시골 대표는 “미국에서도 2차대전 직후인 1946~65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10년 정도 앞둔 때부터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두 집 살림하는 스플리터(Spliter)가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시기에 접어든 2010년대 이후 세컨드 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4~5년 전부터 투자 목적이 아닌 실수요자 중심으로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세컨드 하우스 부지로 강화도가 부상하는 것은 ‘멀티 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멀티 해비테이션이란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양쪽의 장점을 누리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멀티 해비테이션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접근성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세컨드 하우스는 거리상 150㎞ 이내, 시간상 2시간 이내에 위치해야 한다”며 “서울을 기준으로 경기도 양평·가평·용인·강화도가 여기에 포함되며 가장 멀리는 안면도까지 해당된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 은퇴 대사전』을 쓴 송양민 가천대 헬스케어경영학과 교수 역시 “만족스러운 세컨드 하우스 라이프를 누리고 싶다면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전원생활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하는 은퇴자 중 대다수가 수려한 경치와 공기 맑은 곳을 기준으로 세컨드 하우스의 입지를 따지는 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올 2월 정년퇴임 후 강화도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한 김갑중(61·서울 방배동) 전 우신고 교장은 “자가운전으로는 1시간10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 강화도를 택했다”고 얘기했다. “강남역에서 M6427번 광역버스를 타고 김포 양곡까지 1시간10분, 거기서 700번이나 60-1번 등 시내버스 갈아타고 20~30분 가면 세컨드 하우스가 있는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김 전 교장의 세컨드 하우스는 거창한 전원주택이 아니다. 33㎡(10평)짜리 이동식 목조 주택과 컨테이너 2동을 이어붙인 단출한 장소다. 그는 “거주 목적이 아니라 잠깐씩 들러 휴식을 취하고, 친구들과 교제하는 곳”이라며 “은퇴 후엔 시골 정취를 느끼며 사는 것 이상으로 인맥 관리가 더욱 중요한데, 세컨드 하우스가 너무 멀면 친구들이 찾아오기도 힘들어 고립을 자초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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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수 넓은 집은 서너 가족이 공동 관리하는 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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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대형 전원주택보다 소형주택이 더 인기다.

“세컨드 하우스는 재테크 수단 아니야”

전원주택 붐은 과거에도 있었다. 한태욱 동양미래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 전원주택이란 용어가 일반화된 건 1980년대부터”라고 말했다. 70년대 급격한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부를 일군 이들이 어린 시절의 향수를 달래고 자신의 부를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농촌 마을에 부지를 마련하고 유럽풍의 대형 고급 별장을 짓기 시작한 게 80년대 전원주택의 일반적인 형태였다. 90년대에는 준농림지에 해당하는 논밭과 임야(숲)에 집을 짓는 게 허용되면서 전원주택이 일반화됐다. 2000년대에는 웰빙·친환경적인 삶에 대한 관심이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자가 원하는 세컨드 하우스는 이전 추세와 또 다르다. 가장 큰 차별점은 소형화다. 김경래 OK시골 대표는 “넓은 평수의 덩치 큰 주택에 대한 수요보다는 적은 투자비로 농촌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실속형 소형 주택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교장 역시 “세컨드 하우스는 너무 크게 지으면 실패”라고 강조했다. “직장생활에 얽매여 못했던 일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했는데, 집 규모가 커지면 집 관리의 수고로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같은 조언을 했다. “부부가 함께 관리한다면 20~30평 내외, 혼자 오가는 집이라면 15평 이내가 적당하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3년 전 강화도에 별장을 마련해 주말마다 부부가 함께 찾는다는 정영철(65·서울 고척동)씨는 “세컨드 하우스를 잘 활용하려면 재테크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그는 “이곳은 일상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푸는 힐링 공간”이라며 “재테크의 시각에서 재고 따지기 시작하면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스트레스를 부른다”고 말했다. 논 가운데 자리 잡은 정씨의 세컨드 하우스는 완벽한 휴식을 위한 공간이다. 주말에만 이곳을 찾을 수 있어 텃밭의 규모도 최소화했다. 안채와 별도로 편백나무로 황토방과 경치를 즐기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정자도 만들었다. 주중에 쌓인 피로를 마음껏 풀다 가는 휴양지로 삼은 거다. 그는 “금요일 오후엔 서울 집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이곳으로 퇴근한다”며 “도착하기만 하면 바로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세컨드 하우스에서 할 일은 이 기분을 충분히 즐기는 것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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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말려놓은 돼지감자를 옮겨담는 정영철씨.

세컨드 하우스 지을 때 주의할 점

·철저한 현장 답사는 기본

집은 ‘어떻게 짓는가’보다 ‘어디에 짓는가’가 더 중요하다. 현장에서 봐야 할 건 주변 경관이 아니다. 첫 번째 확인할 건 도로다. 도로와 닿지 않는 맹지는 집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 도로가 잘 닦여 있다면 대지와 잡종지는 물론 농지나 임야에 집을 지어도 괜찮다. 현장 답사 전에 지적도를 미리 보고 지적도상에 표시된 도로가 유실된 건 없는지 마을과의 거리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축사나 고압선 등 혐오시설 여부도 점검한다.

·계약 전에 꼼꼼한 서류 확인

실제 구매하려던 땅과 계약한 땅이 달라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 계약 전에 토지등기부등본, 지적도, 건축 허가증, 토지대장 등 관련 서류를 살펴 실제 부지와 일치하는지 따져야 한다. 단지형 전원주택이라면 분양면적이 아닌 전용면적 기준으로 가격을 산출해 주변 시세와 비교해보는 작업도 필요하다.

·토지이용계획확인원 발급

마음에 드는 땅을 골랐다면 집을 짓겠다는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토지 개발에 따른 각종 규제 사항은 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 표시돼 있다. 해당 시·군청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군사 시설인지, 문화재 지역인지 등을 확인해 토지개발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용 목적에 따라 단출하게 설계

건축의 1단계는 설계다. 집 외관을 디자인하고 통풍과 채광, 옆집과의 거리 등을 고려해 어떤 모양으로 어느 위치에 집을 세울지 결정한다. 가장 많은 실수가 여기서 나온다. 은퇴자들이 평생의 꿈을 이룬다는 생각으로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투자해 집을 짓는 거다. 건축비는 기본 자재만 쓰면 3.3㎡당 400만원에도 가능하다. 수입산 고급 자재 위주라면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정용철씨는 “처음에는 이용 목적에 맞게 단출한 모양새로 짓고, 살아가며 필요한 부대시설을 늘려나가라”고 추천했다. 정씨 역시 처음에는 안채만 지었다가 이후 황토방과 정자 등을 마련했다.

·건축 자재에 따라 추후 관리 방법도 달라

전원주택의 건축 소재로 인기 높은 건 단연 나무다. 통나무집이나 한옥 등 친환경과 힐링 주택에 어울린다. 공사가 간편하고 공간 활용도가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추후 관리는 쉽지 않다. 완공 후 5년은 매년 오일스테인을 칠해줘야 나무가 썩지 않는다. 5년이 지나도 2~3년 간격으로 꾸준히 오일스테인을 발라줘야 한다. 건강을 고려해 황토나 볏짚으로 집을 짓는 사람도 늘고 있는데 시공이 어렵고 전문 시공업체가 드물다. 건축 이후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보상받을 수 있게 공사업체에 하자보증각서를 받아두는 게 좋다.

세컨드 하우스 최적지로 뜨는 인천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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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으로 강남서 2시간 이내
산·바다·논밭 등 다양한 전원생활

1접근성: 서울 강북에선 1시간, 강남에선 2시간 거리

양천구 목동에 사는 표선희(54)씨는 강화도 선원면에 있는 세컨드 하우스까지 자가용으로 1시간10분이면 도착한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강화대교를 건너 총 52km를 달린다. 강화도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장욱상 장터부동산 사장은 “원래 경기도 김포와 일산을 포함해 서울의 영등포와 양천구 등 강북 지역이 강화도와의 접근성이 탁월해 유입되는 인구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포신도시가 자리를 잡으며 강남-김포 간 거리도 한층 가까워졌다. 서초구 방배동에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까지 거의 매일 오가는 김갑중(61)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1시간40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광역급행버스를 타고 올림픽대로를 지나 김포에 도착한 다음, 강화행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초지대교를 건너 약 60km를 이동한다. 김씨는 “예전엔 ‘강남은 양평, 강북은 강화도에 별장을 짓는다’고 했지만, 김포의 교통편이 발달하면서 강남·서초에서 강화까지 가는 길이 한층 가까워졌다”며 “차가 많이 막히는 양평보다도 더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고종완 원장은 “앞으로 김포도시철도 등이 새로 생기면 접근성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 병원: 치과 13곳, 한의원 16곳, 요양병원 2곳 등 총 81개소

매주 금요일 강화군 하점면에 마련한 세컨드 하우스를 찾는 정용철(65·서울 고척동)씨 부부는 “나이가 있다 보니, 가까운 곳에 병원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언제든 갑자기 아플 수 있는 나이인 데다, 텃밭 가꾸고 마당에 정자 짓는 등 이곳에서 소일하다 보면 무릎이나 허리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는 게 이유다. 정씨 부부는 “강화도 내에도 한의원이나 치과가 심심찮게 눈에 띄고, 강화대교만 건너면 바로 김포시와 맞닿아있어 병원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3 자연: 산과 바다가 있는 농촌 마을

강화도 장터부동산 장욱상 사장은 “도시에서 세컨드 하우스를 지으러 오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조건이 있다”며 “‘앞에는 바다가 보이고 뒤에는 산이 있는 곳, 주변에 축사나 공장지대가 없고 조용한 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산과 바다는 물론 각종 문화재가 가득해 공단이 들어서기 힘든 곳이 바로 강화도”라고 강조했다.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에 집을 지은 김태애 전 오남중 교감은 “은퇴 전에 주말마다 별장터를 찾으러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는 물론, 안면도까지 샅샅이 답사를 다녔다”며 “강화도에서 땅을 보자마자 계약을 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집 거실에서 바다가 보이고 마당에 나가 고개를 돌리면 마니산이 코앞에 있다. 토질도 좋아 텃밭에서 키운 상추며 감자의 맛도 남다르다”며 “꿈꿔왔던 전원생활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4 문화·볼거리: 전등사 등 유형문화재 27점, 동막백사장·보문동천 등 유명 유원지

강화도는 ‘살아있는 역사박물관’이라고 불린다. 보유하고 있는 유·무형문화재가 110점에 이른다. 천혜의 자연환경 덕에 유명 관광지도 많다. 강화읍 신문리에 있는 ‘천하동 약수터’는 조선 25대 임금 철종이 부친과 함께 초야에 묻혀 살 때 애용하던 약수터로 알려졌다. 화도면에 있는 함허동천은 조선 세종 때 명승 함허대사가 수도하던 자연형성 계곡으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여름이면 영뜰해수욕장, 동막백사장이 붐빈다. 김갑중 전 교장은 “강화도에 세컨드 하우스를 지어놓으니, 지인들이 이곳에 관광 온 김에 자주 들른다”고 말했다.


5 기반시설 갖춰진 전원주택 단지: 길상면 등에 가족·동호인 단지

장터부동산 장욱상 사장은 “마니산과 서해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길상면의 경우 강화 토박이의 집보다 서울 은퇴자들이 지은 전원주택이 눈에 더 많이 띌 정도”라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원주택 여러 채가 모여있는 단지 입주를 권한다. 진입로, 상하수도, 전기, 전화 등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보안 문제도 중요하다. 정용철씨는 “가끔 들르는 곳인 만큼, 외딴곳에 한 채만 짓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표선희씨도 “우리 자매 없이 사촌들만 세컨드 하우스에 방문하면, 이웃들이 보고 ‘집 마당에 낯선 사람이 들어와 있다’는 전화도 해준다”며 “서로 의지가 되고 든든하다”고 말했다.

인천=박형수·송정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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