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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치고 어찌 가만 있나...'빠던' 옹호하는 ML 거포

중앙일보

입력

 

야구에는 이른바 '빠던'이란 게 있다. '빠따(배트) 던지기'의 준말. 타자가 홈런을 친 후 방망이를 시원스레 내동댕이 치는 것을 말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심심찮게 나오는 장면이지만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보기 힘들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빠던(배트 플립)을 무례한 행동이라고 여긴다.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공을 보는 것은 타자에겐 즐거운 일이지만 투수에게는 치욕스러운 일이다. 빠던은 투수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여기는 것이 메이저리거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런 문화 차이로 인해 국내 프로야구에 진출한 외국인 투수 중에는 한국인 타자들의 빠던을 불편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경우도 왕왕 있다. 실제로 메이저리거가 된 홈런왕 박병호는 한국에서는 빠던을 해왔지만 미국적 정서를 고려, 현재는 홈런을 친 후에도 배트를 다소곳하게 내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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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시절 홈런을 친 후 `빠던`을 하던 박병호 [중앙포토]

하지만 빠던을 옹호하는 메이저리그 소수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거포이자 통산 503홈런을 기록한 데이비드 오티스(41·보스턴 레드삭스)가 주인공. 그는 22일(한국시간) 보스턴 글로브와의 인텨뷰에서 빠던 논란에 대해 소신있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나는 1997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지만 빠던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홈런을 치고난 후 행동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은 아마 평생 홈런을 칠 수 없는 사람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95마일 강속구를 홈런을 치고 나서의 맛을 아는가"라며 "모르면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물론 그도 투수의 입장을 이해하는 발언을 하긴 했다. 그는 "투수 입장에서야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그냥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면서 "투수가 나를 삼진아웃시킨 후에 마운드에서 무슨 행동을 하건 그 역시 내 알바가 아니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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