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같은 궁중음악 들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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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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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정악단이 정악의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정악단 공연 장면. [사진 국립국악원]

‘정악’(궁중음악)의 전통을 올곧게 이어 온 국립국악원 정악단이 정악에 새로움을 입혔다. 25, 26일 서울 서초구 국악원 예악당에서 ‘정악 새로움을 더하다’라는 공연으로 선보인다. 피리정악과 대취타의 인간문화재이자 정악단 예술감독인 정재국 명인이 공연을 이끈다.

국립국악원 ‘새로움 더하다’ 공연
거문고·비파·단소·생황 등과 협주
풍성한 음색, 균형잡힌 소리 연주

정악은 의식이나 제례에 쓰이던 음악이다. 정 감독은 “그동안은 정악의 원형 전승에 무게를 뒀었지만 이제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정악에 예술성을 더해 선보이려 한다. 새로운 정악의 전통을 만들어가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악곡의 백미로 손꼽히는 ‘동동’과 ‘수제천’ 외에 ‘현악별곡’, ‘자진한잎 별곡’, ‘가곡별곡’ 등이 선보인다. 어떤 점이 새로울까. 정 감독은 서양음악의 오케스트라를 연상해보라고 했다.

“정악은 원래 피리 위주의 음악입니다. 거기에 현악기와 타악기의 특색을 더했죠. 악기 간 음량과 편성, 악기 수를 조절해서 관현악의 균형 잡힌 소리를 도모했습니다.”

연주법 전승이 되지 않는 국악기도 추가했다. 둥근 울림통에 4개의 현이 달린 ‘월금’과 거문고, 가야금과 더불어 신라 ‘삼현’으로 불린 ‘향비파’를 기용해 악기의 활용도를 높였다. 대쟁·생황·단소·양금 등 기존의 정악 합주곡에서는 좀처럼 쓰지 않았던 악기들도 추가했다. 조화로운 국악기의 음색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악의 성악 장르는 ‘가곡’이다. 독창이나 남녀창 등으로 불리는 기존의 성악 편성을 최대 30명이 부르는 중창과 합창 등으로 구성했다. 반주자 수도 30명으로 늘려 성악의 선율을 기악으로도 표현한다.

정 감독은 이번 공연의 집박(執拍)으로 나선다. 기존 집박은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고 연주 진행을 총괄하는 것을 의미했다. 이번에는 직접 악기인 박(拍)과 장구 연주로 장단과 호흡을 조절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연상시킨다.

국악평론가 윤중강은 “정악도 조금씩 변모해 조선 전·후기 악기 편성이 달랐다”며 “정재국 명인의 역량이 발휘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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