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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만으로 큰돈 버는 시대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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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변화를 믿고 실천에 옮기는 데서 혁신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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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의 수전 워치츠키 최고경영자(CEO)는 “기술 기업은 (다른 어느 업종보다) 다이내믹하고 혁신적이고 소셜적이며 창조적인 회사”라며 “기술과 세계를 연결시키는 매개”라고 말했다. [사진 유튜브]

지난달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브루노에 위치한 유튜브 본사. 세계 최대의 동영상 플랫폼이자 알파벳(구글의 지주사)의 핵심 자회사인 유튜브의 수전 워치츠키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와 더불어 실리콘밸리의 여성 트로이카로 꼽히는 그다.

워치츠키 유튜브 CEO 단독 인터뷰
구글 창업 때 차고 내준 집주인
입사번호 16번 ‘구글의 어머니’

이날 워치츠키 CEO는 “지금 TV는 재창조(reinvented)되고 있다”며 “벽에 붙은 TV 앞에서 특정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를 기다리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중앙일보와 영국·프랑스·독일·호주·일본의 대표 매체 한 곳씩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다. ‘구글의 어머니’로 불리는 워치츠키 CEO의 국내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70분간 이어진 인터뷰 내내 여유가 넘쳤다. 페이스북과의 경쟁이나 넷플릭스의 글로벌 행보에 개의치 않는 기색이었다.

무엇이 유튜브의 힘인가.
“표현의 자유를 주는 플랫폼이란 사실이다. 유튜브에선 누구나 지리적 장벽을 넘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또 정보의 자유(freedom of information)가 있는 곳이다. 가령 인터넷을 못 쓰던 인도의 한 가정이 유튜브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동영상에서 본 대로 태양열 발전을 하고 있더라. 이게 바로 힘이다. 이런 유튜브를 전 세계 10억 명이 즐긴다. 특히 최근 3년 새 사용자가 부쩍 늘었다.”
TV는 그럼 어떻게 될까.
“차세대 동영상의 특징을 꼽자면 ▶모바일 ▶글로벌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소셜(Social) 친화적이며 ▶온디맨드(On-demand·주문형)가 가능해야 하고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만든 싸이의 동영상에 캐나다·인도에서 반응이 온다. 이런 시대에는 뉴스·스포츠·교육 등 분야별로 쪼개서 콘텐트를 보여주던 기존 TV방송이 아니라 게임·뮤직·생중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험을 주는 동영상이 떠오를 것이다.”
전 세계에서 유튜브 1인 창작자들이 인기다.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은 사람이 많다. 뷰티(미용)·게임 등에 소질 있는 사람들이 전업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돈도 많이 번다. 유튜브를 통해 콘텐트 창작자들이 사용자와 소통하는 시대다.”(※세계적으론 연간 10만 달러(1억1000만원) 이상 수익을 내는 채널도 매년 50%씩 늘고 있다.)
구글과 유튜브는 혁신을 장려하는 조직 문화로 유명하다.
“기술을 잘 아는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그리는 미래를 믿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 믿는 것, 이걸 장려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다들 그렇게 혁신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기술기업은 사회에 어떤 조건이나 환경을 만드는 실험을 설계해 가설을 세우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믿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이다. 유튜브가 그랬다. 유튜브를 처음 만들 때만 해도 사람들이 노래 부르는 장면을 찍어 올릴 줄은 아무도 몰랐다. 물론 (그런 실험과 변화를 시도하는 건) 힘든 일이다. 기술 분야에선 5개년 계획이라는 게 있을 수 없으니까. 새로운 일,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그걸 토대로 모든 걸 다 바꿔야 한다. 그런 직장 문화를 만드는 것이 혁신 비결이다.”
엔지니어가 아닌 당신이 구글·유튜브에서 발휘하는 강점이 뭔가.
“지난 17년간 쌓은 실전 경험이다. 구글도 초창기부터 함께 했다. 스스로 내가 창조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그리고 사실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있는 내 아이들이 비밀병기다. (우리 서비스의) 미래 사용자인 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서비스라면 성공 가능성도 크다. 애들의 피드백이 아주 솔직하다.”

◆수전 워치츠키(Susan Wojcicki)=하버드대에서 역사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2014년 2월부터 유튜브 CEO를 맡고 있다. 다섯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구글 입사번호 16번으로 알려진 그는 이전까지는 구글에서 광고사업을 총괄했다. 1998년 인텔에 다니던 워치츠키는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에게 구글 창업 공간으로 쓸 ‘차고(車庫)’를 내줬던 집주인이었다. 그의 여동생인 앤 워치츠키는 구글이 투자한 유전자분석 기업 23앤드미(23andMe)의 창업자다.

|실리콘밸리, 여성들에 매력적

실리콘밸리 여성 의 롤모델인 것 같다. 하지만 기술기업에 아직 여성들이 부족하단 지적도 많다.
“가정과 직장을 잘 병행하는 게 내 목표이긴 했다. 기술기업은 직장으로서 참 매력적인 곳이다. 실리콘밸리는 결과 중심으로 따지기 때문에 여성들이 가정과 일을 병행하기가 오히려 더 수월한 측면도 있다.”
동영상 광고 시장에서 페이스북은 강력한 도전자 아닌가.(※동석한 닐 모한 마케팅 부사장이 답함.)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한다고 하는데, 자 생각해 보자. 구글이 가진 사용자 데이터가 (페이스북보다) 적어서 그렇게 안 하는 것일까. 우리는 사용자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마케팅을 보수적으로 할 뿐이다.”
페이스북은 삼성전자와 가상현실(VR) 분야에서 협력을 맺었다.
“ 유튜브에도 VR을 지원하는 동영상이 이미 많고, 투자도 계속할 것이다. 페이스북과 상관없이 우린 우리의 길을 간다. 사용자들이 고품질의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우리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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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최근 한국에도 진출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유사점은 동영상 시대의 미래, 즉 온디맨드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회원제 서비스인 넷플릭스는 잘 만들어진 영상을 보여주는 플랫폼이고 우린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영상을 올리는 오픈 소스 플랫폼이라는 점이 다르다.”

산 브루노=신승우 LA중앙일보 기자·박수련 기자 shin.seungwo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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