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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황찬란 풍남문, 왁자지껄 야시장…밤이 즐거운 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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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한국콘텐츠진흥원 공동기획 | 여행은 콘텐트다 ① 전주 야간 여행

전북 전주에 있는 보물 제308호 풍남문에서 미디어 파사드 공연이 펼쳐졌다. 오는 7월까지 목·금요일 밤마다 풍남문의 화려한 변신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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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이 연재기획 ‘여행은 콘텐트다’를 시작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는 ‘지역특화 문화콘텐츠 개발사업’에 선정된 사업 중에서 독자 여러분이 직접 보고 먹고 체험할 수 있는 지역의 여행 콘텐트를 골랐습니다. 여행은 문화입니다.


전주는 밤이다. 활기 넘치는 야시장, 정겨운 ‘가맥(가게 맥주)’ 집이 있어 밤이 즐겁다. 한옥마을도 은은한 달빛을 받을 때 가장 우아하다. 무엇보다 풍남문 야경이다. 해가 지면 풍남문은 아예 빛의 옷을 입고 멋을 부린다. 단언컨대 전주의 가장 화려한 야경이 여기에 있다.


빛을 입은 풍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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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의 전주 한옥마을. 은은한 달빛 아래 겹겹의 기와지붕이 파도를 이루는 듯하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 길 건너편. 너비 47m 높이 16.2m의 스크린 위로 온갖 조명이 춤춘다. 조선시대 평화로운 한옥마을의 모습을 지나 용이 대지를 휘감고 하늘로 오르자, 부채춤 공연과 비보이의 현란한 몸짓이 이어진다. 어느 야외 극장의 공연 얘기가 아니다. 전주에 새로 등장한 미디어 파사드(건축물에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 공연 얘기다. 영상이 비친 캔버스는 다름 아닌 풍남문이다. 보물 제308호로 지정된 옛 전주성의 남문이다. 지난 10일 풍남문 미디어 파사드가 막을 올렸다. 이름하여 ‘풍남문 빛의 옷을 입다’ 공연이 오는 7월까지 이어진다.

연간 960만 명이 찾는다는 전주 한옥마을은 낮과 밤이 확연히 다르다. 주말 한낮에는 발 디딜 틈 없이 포화 상태인데, 밤에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한옥마을의 문화시설이 대개 오후 6시면 문을 닫아서다. 풍남문 미디어 파사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전주시 등이 6억5000만원을 투입해 약 1년간 공들인 작품이다. 여기엔 기억에 남는 밤 문화를 전주에 이식하고자 하는 바람이 얹혀 있다.

사실 랜드마크와 영상 예술의 만남은 낯설지 않다. 오페라하우스(호주 시드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미디어 파사드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한국의 덕수궁 석조전과 경복궁에서도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진 바 있다.

풍남문의 미디어 파사드 공연은 약 10분 길이로 짧은 편이다. 그러나 짧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상이 화려해 눈이 시릴 정도다. 9세기 후백제의 수도였을 때 전주의 모습과 그래피티·비보잉 등을 그린 감각적인 영상이 현란하게 뒤섞인다.

“풍남문은 한옥마을을 오갈 때 늘 스쳐가는 장소였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어요. 성벽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풍남문 앞에서 만난 관광객 임수민(25)씨의 말마따나 달밤의 문루는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으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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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정자

전주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가 하나 더 있다. 풍남문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오목대다. 고려 우왕 6년(1380년) 왜구를 무찌른 이성계 장군이 잔치를 벌였다는 언덕인데 요즘 전주 야경 투어의 필수 코스가 됐다. 경관 조명을 넉넉하게 받고 서있는 정자와 비석의 자태도 아름답거니와 언덕 끝에서 내려다보는 한옥마을 전경도 훌륭하다. 기와지붕이 달빛 아래에서 고요히 파도를 이룬다.


밤도 맛도 깊어진다


① 전주 남부시장 야시장에서는 각양각색의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다. ② 야시장 최고 인기 메뉴로 꼽히는 ‘총각네 스시’의 소고기불초밥. ③ ‘지글지글팟’의 철판요리 ‘야채 뚱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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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밤은 금요일이 좋다. 엉뚱한 ‘불금’ 타령이 아니다. 풍남문 옆 전주 남부시장에 먹거리와 소품으로 가득한 야시장이 금·토요일마다 선다. 풍남문 미디어 파사드 공연과 금요일 밤이 겹친다.

야시장은 역시 먹는 재미다. 야시장에 있는 이동 판매대 32곳 가운데 22곳에서 먹거리를 판다. 메뉴는 각양각색이다. 최고 명물은 ‘총각네스시’다.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선·후배 6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소고기불초밥(1점 900원)과 길라면(3000원)을 내는데 기다리는 줄이 줄어들 줄 모른다.

‘아짐손 불곱창갈비’에선 돼지껍데기·돼지곱창·삼겹살 등을 한데 섞은 모듬 양념구이(5000원)를 판다. 전주 서신동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던 부부가 차린 가게로 요즘도 단골손님이 다녀간다. 안주로 서너 개씩 포장해 가는 손님이 많다. ‘아이술크림’은 흑맥주 · 막걸리 같은술을 넣은 아이스크림(3000원)을 판다. 울며 보채도 미성년자에게는  팔지 않는단다. ‘필리핀에 필꽃쳐’ ‘스마일 타일랜드’처럼 동남아 출신 이주 여성이 운영하는 판매대도 있다. 필리핀식 고기만두, 태국 쌀국수 같은 음식을 파는데 능숙한 한국말로 손님을 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26년 전통의 가맥집 영동슈퍼. 간단한 안주를 곁들여 맥주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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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고플 땐 ‘가맥(가게 맥주)’이 제격이다. 가맥은 허름한 구멍가게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즐기던 전주 서민의 독특한 술 문화다. 잡동사니를 팔면서 술집을 겸하는 가맥 집이 전주에만 약 300곳에 달한다.

 한옥마을 맞은편 경원동에 명성 자자한 ‘전일슈퍼’가 있다. 500㎖ 맥주 한 병이 2200원이다. 안주는 황태구이·계란말이(각 6000원)와 갑오징어구이(1만3000원)가 전부다. 1만400원만 있으면 맥주 두 병에 안주까지 곁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일슈퍼에서 많게는 한 달에 맥주 2만 4000병이 팔린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전국의 단일점포 중에서 부동의 매출 1위 가게란다.  26년 전통의 ‘영동슈퍼’는 안주가 남다르다. 황태구이·갑오징어구이·계란말이 외에 고추치킨(1만 3000원)·닭똥집튀김(1만원)을 낸다. 바삭바삭하고 매콤한 고추치킨은 치킨 매니어 사이에서 꽤 유명한 메뉴다. 치킨을 주문하면 닭발튀김을 서비스로 주는데 이 또한 별미다. 영동슈퍼는 맥주 한 병에 2500원을 받는다. 만원만 쥐고도 옆 사람과 주거니 받거니 한참을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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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풍남문은 전주시 완산구 전동 2가에 있다. 한옥마을·경기전 모두 가깝다. 미디어 파사드 공연은 7월 29일까지 이어진다. 매주 목·금요일 오후 9시부터 10분씩 두 차례 공연된다. 공연 날 풍남문 일대는 오후 8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모든 차량의 통행이 금지된다. 풍남문 로터리에서 풍남문 1길로 들면 전주 남부시장(063-284-1344)이 이어진다. 야시장은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열린다. 영동슈퍼·전일슈퍼 등 가맥 집도 한옥마을 주변에 자리해 있다. 가맥 집은 대부분 새벽 2시까지 문을 연다. 한옥마을 관광안내소 063-282-1330.


글=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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