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싱턴 이번엔 '묻지마 방화'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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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10월 유례없는 연쇄 총기 저격범(스나이퍼) 사건으로 두려움에 떨었던 미국 워싱턴 일대 주민들이 이제는 한밤중에 집에 불을 지르고 달아나는 연쇄 방화범에게 시달리고 있다.

워싱턴 시당국은 최근 "지난 4월부터 워싱턴 동남부와 인접한 프린스 조지 카운티 지역에서 발생한 29건의 주택가 화재 중 22건이 동일 방화범의 소행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워싱턴 시민 및 메릴랜드 주민들에 대한 명백한 테러 행위이며 범인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연쇄 방화로 인한 피해는 사망 1명과 부상 15명이다. 주로 오전 2~3시쯤 아무 집이나 골라 현관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고 달아난다.

사상자 규모는 대형 화재 사건에 비해 작지만 현지 언론들은 "지난해의 스나이퍼 사건 때처럼 범인은 일반 목조 주택 중 무작위로 대상을 고르고 있다"며 "때문에 인근 주민들에게 주는 심리적 충격은 매우 크다"고 보도했다.

프린스 조지 카운티 소방국 관계자는 "보통 방화 사건은 장난이거나 분쟁이 원인일 때는 빈집.헛간.자동차를, 종교.인종 문제의 경우는 교회나 관련 기관 건물을 태우는 유형을 보이는데 이번 연쇄 방화는 이유조차 알기 어려운 상태"라며 "일종의 영웅심리일 가능성이 크지만 테러 집단의 소행일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방화가 계속되자 연방정부의 주류.담배.총기국(ATF) 수사팀이 가세했고 워싱턴시는 1차로 9천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프린스 조지 카운티의 일부 주민은 자경단을 구성해 야간순찰에 나섰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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