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순방 나선 부시] '무관심 대륙'을 美통제권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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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7일부터 12일까지 '기아의 땅' 아프리카 5개국을 순방한다. 부시 전에 아프리카를 방문한 미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스벨트(1943년), 지미 카터(78년), 그리고 빌 클린턴(98년) 세 사람뿐이었다.

아프리카가 미국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미 국익에 직접적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후 세계질서 재편에 하루가 아까운 부시는 왜 아프리카로 날아가는 것일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찾는 국가는 세네갈.남아프리카공화국.보츠와나.우간다.나이지리아다. 미국이 강조하는 순방의 의미는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이다.

부시 대통령은 5일 CNN과의 회견에서 "첫번째 임기가 끝나기 전에 아프리카를 방문해 미 행정부의 외교정책에서 아프리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기아와 내전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인들을 돕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 같은 명분 외에 무관심 속에 버려졌던 아프리카 대륙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관리 전략'속에 포함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정부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아프리카에서 기생(寄生)할 수 있는 테러세력을 저지하고, 라이베리아.짐바브웨 등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독재.무법정권'의 교체를 고려하며, 중동에 이어 아프리카의 석유자원에 대한 관할권을 늘리려는 계산들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7일 "2001년 9.11 이후 미국의 대(對)아프리카 전략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에 대한 본격적인 구애(求愛)공세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아프리카를 괴롭히고 있는 에이즈의 퇴치를 지원하는 기금으로 1백50억달러를 약속했다. 개혁에 나선 아프리카국들에 상당한 원조와 무역혜택을 주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라크 전후 관리와 대(對)테러전쟁에서 아프리카 국가의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 대다수가 이라크전에 반대했으며 이 같은 정서가 반미테러의 온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미국은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양에 접한 아프리카 동부해안을 중심으로 이슬람 과격 테러분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서 현지에 미군기지를 서둘러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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