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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한 흑 택한 세돌, 본인이 판 짜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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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세돌 9단은 유종의 미를 거둘까.

5국 전망 50대 50 “명국 될 것”

3연패 뒤 첫 승을 거두며 ‘인간계’에 희망을 던져 준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이제 15일 마지막 5국만이 남아 있다. 전체 승패는 이미 갈렸으나 최종국 승자가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은 외려 증폭되고 있다. 지금껏 가려져 있던 알파고의 기력이 지난 네 판을 통해 조금이나마 드러나며 장단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이제야 진검승부라는 것이다. 전망 역시 5-5다.

핵심은 이 9단이 흑을 택했다는 점이다. 4국에서 승리한 뒤 이 9단은 “이겨 보지 못한 흑으로 한 번 해 보고 싶다”고 제안했고, 받아들여졌다. 여태 덤 7집 반의 중국 룰은 백에 다소 유리하며, 특히 계산이 정교한 알파고는 백으로 둘 때 조금 더 안정적이었다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흑을 택한 건 이 9단의 도전정신과 모험심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김성룡 9단은 “본인이 판을 짜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평했다.

현재 알파고의 약점으론 자기 영역에 적이 침범했을 때 대처가 정교하지 못하다는 것이 꼽힌다. 3국에서 얼핏 엿보인 이런 징조를 이 9단이 예민한 감각으로 포착한 뒤 4국에 그대로 적용해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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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는 “알파고는 지금껏 학습하지 못한 수가 두어지면 급격히 흔들리는 것으로 보였다. 끊임없는 변칙수로 판을 흔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현욱 8단은 “중요한 건 이 9단도 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점”이라며 “1승이라도 더 거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털어내고 ‘쎈돌’ 특유의 날렵함과 자유분방함을 보여 준다면 승패를 떠나 역사에 남는 명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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