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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의 패배지, 인간의 패배 아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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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호 1 면

김춘식 기자]

이세돌 9단이 3번 연속 알파고에 무릎을 꿇었다. 5판 3승제로 진행된 ‘세기의 대결’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완벽하게 넘어서는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


이세돌 9단은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3국에서 알파고에 176수 만에 불계패했다. 이 9단은 초반부터 좌상귀에서 강력하게 전투를 걸어가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알파고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행마로 공격을 타개했고, 하변에 ‘대궐’을 만들며 실리에서도 앞섰다. 불리하다고 판단한 이 9단은 우변에서 승부수를 띄웠지만 별 소득을 얻지 못했고, 마지막으로 하변을 침투했지만 팻감 부족을 견디지 못했다.


이날 알파고는 완벽하게 ‘패’를 처리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그간 ‘패’는 복잡성 때문에 컴퓨터가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영역으로 간주돼 왔다. 송태곤 9단은 “오늘 알파고가 패를 처리하는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고 감탄을 표했다. 이현욱 8단 역시 “알파고가 패를 두려워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오늘 대국에서 그렇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 과연 알파고의 약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세돌 9단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많이 기대를 했을 텐데 무력한 모습을 보여서 죄송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알파고의 능력을 오판했고, 이번 대결에서 부담이 컸는데 그걸 이겨내기에는 내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알파고의 완벽함에 대해서는 “알파고가 우월한 것은 맞지만 조금씩 약점을 노출했기에 신의 경지라고 하기는 어렵다.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의 패배지 인간의 패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도 알파고의 불완전함을 인정했다. 그는 “이세돌 9단이 말한 것처럼 알파고는 완벽하지 않고 분명히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이 9단의 3패로 우승 상금 100만 달러는 알파고가 차지한다. 비록 승자는 가려졌지만 이 9단은 오는 13, 15일 알파고와 제4, 5국을 마저 치른다. 이 9단은 “이제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낸 만큼 나머지 대국에서 알파고의 능력을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관계기사 4~6면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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