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마오쩌둥보다 모택동이 쉬운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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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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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인가, 베이징인가?
김병기 지음, 어문학사
368쪽, 1만6000원

중국 지명과 인명을 우리말로 어떻게 표기하면 좋을까. 전북대 중문과 교수인 저자는 ‘베이징’(北京)이 아니라 ‘북경’으로, 또 ‘마오쩌둥’(毛澤東)이 아니라 ‘모택동’으로 쓰자고 제안한다. 현행 외국어 표기법의 ‘원음주의 원칙’에 대한 반론이다. 1986년 개정된 외국어 표기법에 따라 90년대 중반부터 국내 언론과 출판물에서 ‘원음주의 표기’가 적용되고 있다.

베이징이나 마오쩌둥 같은 몇몇 어휘는 일반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중국의 수많은 지명과 인명을 모두 중국식 발음대로 표기하는 것은 사정이 다르다. ‘렌·볜·톈·녜·뤄·쉐·젠·졔·쥔·췬’ 등과 같은 낯선 표기가 등장한다. 읽기도 어렵고 무슨 뜻의 한자인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한자를 중국인의 언어로만 볼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한자는 2000년 이상 써온 한국인의 언어이기도 한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저자는 “언어의 목적은 ‘의미전달’에 있지 ‘발음 베끼기’에 있지 않다”며 “원음주의 표기는 언어학의 상식을 벗어난 표기법”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에서 한국의 수도 서울을 ‘首爾’로 표기하게 한 것도 실수라고 꼬집었다. 한국 발음을 고려하지 않고 중국 사람의 입장만 고려하다 보니 대한민국 서울이 ‘수이’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공동의 문자인 한자 사용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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