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하는 원유값에 베팅 해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면서 원자재 투자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이미 바닥을 친 만큼 지금이야말로 원자재 투자 적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초자산 50%만 하락 안하면 수익
DLS, 유가 바닥쳤을 때 가입 적기

 그동안 원자재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면치 못했다. 세계 경제 침체로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면서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 유가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의 피해가 컸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월 만기가 도래한 3135억원 상당의 원유 DLS 중 2068억원 어치의 손실이 확정됐다. 투자원금의 3분의 2가 증발해버린 상황이다.

 그러나 신규 투자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DLS은 가입시점의 기초자산 가격이 매우 중요한 상품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시점 가격의 50% 정도 하락하지만 않으면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지금 손실이 확정된 DLS 투자자들의 상당수는 국제 유가가 100달러 전후이던 시절에 DLS 투자에 나선 경우다.

기사 이미지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8일 현재 36.5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가입하는 투자자는 위험 부담이 과거에 비해 훨씬 낮아진 상태다. 원금보장 구간이 50%라고 가정할 경우 유가가 18.25달러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챙기게 된다. 이 가격대는 역사적인 저점 수준이다. 더구나 현재 시장에는 유가의 점진적인 상승을 점치는 시각이 존재한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락으로 미국 셰일유 생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하는 등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올해 유가가 50달러 수준까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다 보니 상품 공급도 늘어나고 있다. 올 1월에만 해도 WTI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발행액이 80억2800만원에 그쳤는데 2월 들어 236억2300만원으로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은 10일 오후 2시까지 WTI 기반의 1년 만기 DLS를 모집한다. 원금보장구간(knock-in)은 45%다. 하나금융투자도 9일 WTI와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를 내놨다. 3개월마다 총 4차례의 상환기회가 있고 첫 3개월째에 최초 기준가격의 80% 이상이면 조기상환된다. 원금보장 구간은 55%다.

기사 이미지

 원유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채권(ETN)을 추천하는 목소리도 있다. ETF나 ETN은 개별 주식종목처럼 상장돼 쉽게 사고 팔 수 있다. 만기나 원금보장구간도 없어 설사 매입 후 가격이 하락해도 장기간 보유하면 원금을 회복할 수도 있다.

 원유 이외의 원자재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금이다. 1월에 1000달러대였던 국제 금값은 현재 1200원대로 급등했고 금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중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블랙록 월드골드 펀드는 수익률이 37%에 달했다. 설정액 10억원이 넘는 90개 펀드(ETF 제외) 중 수익률 상위 33개가 모두 금펀드였다. 블랙록 월드광업주 펀드, JP모간 천연자원펀드, 키움 글로벌천연자원펀드 등도 올 들어서만 10~2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사 이미지

 다만 원자재 가격 변동은 쉽게 점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에 앞서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원자재 가격 반등을 너무 낙관하는 것보다는 장기투자 관점에서 관련 상품들에 접근하는 게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정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에너지 종목들에 대한 매수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아직 추세적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긴 어렵다.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