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9일 자신을 향해 ‘막말’을 한 윤상현 의원의 사과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당 대표실에 도착했다. 이후 김 대표 방 바로옆 비서실에 대기하고 있던 윤 의원은 회의가 끝나고 일부 참석자들이 나가자 방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보좌진을 통해 “윤 의원과 지금은 만나지 않겠다”는 뜻만 전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의원이 대표실을 떠나지 않자 김 대표는 접견실 쪽 문을 통해 복도로 나와 국회 본청을 떠났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에게는 취재진이 몰려 “윤 의원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조직적인 ‘김무성 찍어내기’가 있다고 보느냐” 등을 물었지만, 김 대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차에 올랐다.
이에 따라 30분 가까이 대기만 하다가 발길을 돌기게 된 윤 의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김) 대표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사적인 대화 녹음은 음모”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의 측근은 “진상도 밝히지 않은 채, 사전조율도 없이 찾아와 무조건 만나자고 하고, 그 자리에서 음모론까지 제기하는 게 사과하겠다는 사람의 자세는 아닌 것 같다”고 불쾌함을 표시했다.
다음은 윤 의원의 발언과 일문일답.
“지난 2월 27일, 친박 핵심인사가 김무성 대표에게 40여명의 살생부 명단을 전달했다, 김무성 대표가 그 말씀을 하셨다라는 뉴스가 있었다. 한마디로 거짓이다. 절대로 그런일은 없다. 제가 그 얘기를 듣고 있지도 않은 살생부 때문에 너무나도 격분한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제가 지역분들하고 술을 많이 마신 상태하에서 여러 하소연을 했고 그게 이런 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일단 우리 대표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는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에게도 사과를 드린다.”
- (기자들)김 대표에게 사과의견 전달했나
- “아니 그래서 그리고…취중의 사적 대화까지 녹음을 해서 언론에 전달한 행위는 의도적인 음모다라는 말씀을 드린다.”
- 김 대표랑 만나긴했나
- "제가 대표께 어제 전화를 드렸다. 전화 안 받으셨고요. 제가 오늘 말씀을 드리러 왔다. 저의 진뜻을 말씀드리러 왔다. 근데 뭐 대표께서 옆문으로 빠져나가시는거 보셨죠. 이상이다."
- 전화 대상자 누군지 밝힐 수 있나.
- "제가 그날 정말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제 주변사람이 녹음을 한 것 같은데 하도 술을 많이 마셔서 누구랑 대화인지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 통화기록보면 알지 않나
- "아. 근데 기록을 봐도 이 사람인가 저 사람인가 저하고 친한 사람인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아까 지역분이라고 하지 않았나.
- "지역분들하고 술을 마셨다."
- 녹음할 가능성있는 분이 지역분이란 말 아녔나.
- "네네, 저를 찾아온 분 중 한분..."
- 통화 대상자가 누군지가 핵심인데 확인해줘야하는 것 아닌가.
- "근데 그건 제가 확인되는 대로, 제가 지금 기억을 되새기고있다. 확인하는대로 말씀드리겠다."
- 윤리위제소와 의총소집까지 다양한 얘기 어떻게 대응할 건가.
- "저 자신도 대단히 황당하고 송구스럽다. 솔직히 저도 황당하고 송구스럽다. 그래서 자중자애하겠다."
- 아까 녹음 자체가 의도적이라고 했는데/
- "의도적이다."
- 어떤 의도 있다고 보나.
- "그건 모르겠다 의도적인 녹음이다."
- 수사적 대응할건가.
- "그건 아직 확인해보고 사실관계 확인한 다음에..."
- 용퇴론 얘기도 나오는데.
- "용퇴론? 저 스스로도 황당하다. 그리고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제가 그날 취중에 얼마나 격분했습니까. 살생부 명단 있습니까? 살생부 명단 있습니까? 명단이 있다고 얘기하고 솔직히 살생부 명단 봤습니까? 살생부 명단 친박핵심인사가 전달했다...그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입장이 한번 되보십시오. 있지도 않은 살생부 파문, 제 입장에서 핵심인사란 게 몇명이겠습니까. 절대로 그런 일이 없는데 그게 대문짝만하게 뉴스 보도에 나오는데 여러분들 입장이라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이게 물론 제가 취중에 실언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참 이걸 녹음해서 유포하고 이거는 정말 근절돼야 한다."
- 그날 통화한 분 중에 공천위원도있나
- "전 그건 아니라고본다. 제가 공천관리위원한테 전화해서 막 그렇게 할 그건 아니다, 그건 절대 아니다."
- 청와대 핵심인사와 통화했다고도 하는데.
- "그것도 아니다."
- 기억 안 난다면서 어떻게 확신하나.
- "말투가 그런 험한 말을 할 수 있는 분이 (청와대나 공천위엔) 없다."
- 살생부 파문 진위여부 떠나, 발언 자체가 공천 개입시도란 해석도 있는데.
- "공천개입 시도는 절대 아니다. 그건 제가 확실히 얘기한다. 저는 하늘을 우러러 확실히 얘기한다."
남궁욱·김경희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