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의 언론 탄압…터키 최대 일간지 법정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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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5만 부를 발행하는 터키의 최대 일간지가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됐다.

4일(현지시간) 이스탄불 법원은 반정부 성향을 보여온 일간지인 ‘자만’에 대한 법정 관리 결정을 내리고 관리인을 지명했다. 당일 밤 관리인의 본사 진입을 위해 경찰력이 동원됐다. 기자와 신문 지지자들을 향해 최루탄과 플라스틱 탄환, 물대포가 발사됐다. 법원은 별다른 설명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터키 검찰의 “자만과 계열사들이 테러리스들을 도왔다”는 주장을 수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는 “정치적 결정이 아닌 법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3~4년간 보여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권이 보여온 특성”이라고 분석했다. 비판언론은 탄압하고, 한때 동지였다 이젠 정적이 된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과 그 추종자들을 몰아내왔다는 것이다. 자만은 귤렌과 밀접한 관계다. 현재 기자 30여 명 정도가 투옥 중이며 터키인 1800명 정도가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된 상태다.

자만 편집장 압둘하미트 빌리치는 “지금 이 나라와 민주주의가 암흑의 시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빌리치 편집장이 만든 마지막 호인 5일자는 “터키 자유 언론에겐 치욕의 날”이라고 썼다. 이후엔 기자들의 서버 접근이 차단됐다. 빌리치와 주요 칼럼니스트가 해고됐다. 일부 기자는 “신문의 온라인 아카이브까지 삭제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터키 언론인 아슬리 아이딘타스바스는 “터키는 전속력으로 독재정권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고 했다.

국제사회는 에르도안 정부의 이 같은 행태에 크게 우려했다. 그러나 막상 정부 차원의 비판 수위는 높지 않은 편이다. 미국 국무부는 “터키 정부가 미디어와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겨냥해 최근 문제가 될 만한 일련의 사법적 조치와 법집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EU의 수위는 더 낮다. 이슬람국가(IS)와 난민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터키 당국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터키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를 알고 더 그러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대니얼 칼린가트 부회장은 “미국과 EU는 난민 사태와 시리아 사태에서 터키가 도움을 준다고 해서, 이를 침묵과 맞바꿔서는 안 된다”고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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