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 가스 개척자' 의문의 사고사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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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셰일 오일 붐을 일으키면서 부를 일궜으나 그가 개발한 넘치는 셰일 오일이 국제유가 하락을 주도하면서 결국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도 쫓겨난 오브리 매클렌던(56.사진) 전 체서피크 에너지 최고경영자(CEO)가 2일 의문의 교통사고로 숨졌다. 연방 법무부에 의해 담합 혐의로 기소된 지 하루 만이다.

CNN방송은 매클렌던 전 CEO가 이날 오전 9시께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 북동쪽에서 고가도로 기둥을 들이받고 불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오클라호마시티 경찰에 따르면, 매클렌던은 사고차량에 혼자 타고 있었으며 안전벨트도 매지 않은 채 제한속도(50마일)를 넘긴 시속 80마일로 달려 콘크리트 방벽을 들이받았다. 차량은 방벽을 들이받고 곧 불길에 휩싸였다.

전날 법무부는 미국에서 셰일가스와 오일 붐이 일던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오클라호마주의 석유 및 천연가스 광구 개발권 입찰과정에서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담합한 혐의로 맥클렌던을 연방대배심에 기소했다.

매클렌던은 성명을 통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 누명을 벗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검찰 출두 2시간을 앞두고 사건이 발생해 매클렌던의 자살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오클라호마 출신의 맥클렌던은 1981년 듀크대에서 역사학 학위를 받고 오일.가스 거래 중개인으로 일을 시작했다. 1989년 29세의 나이로 절친 톰 워드와 5만달러를 마련해 체서피크 에너지를 창업했다. 일반적인 에너지 업계 CEO들과 달리 맥클렌던은 지질학 혹은 엔지니링에는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랜드맨이었다.

셰일 지층에 매장된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기술의 가능성을 읽어낸 매클렌던은 셰일 오일과 가스가 매장된 땅이라면 미국 전역 어디든 불문하고 찾아가 소유주와 개발회사를 연결해주는 탁월한 중개인 역할을 했다. 맥클렌던의 왕성한 영업력에 체서피크 에너지가 관할하는 셰일 개발지역은 한 때 뉴욕주 면적의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 2008년 6월 체사피크의 시가총액은 375억 달러에 달했다.

고향 오클라호마에 대한 애착으로 지역경제에도 크게 공헌했다. 모교인 듀크대에 1600만달러 넘게 기부했고 NBA프로농구단 지분을 매입해 아예 연고지를 시애틀에서 오클라호마시티로 이전했다.

하지만 획기적 채굴기술이 공급 과잉을 불러오면서 결국 유가 급락으로 이어졌고 체서피크 재정도 급격하게 악화했다. 인수와 채굴에 쏟아 부은 비용 부담도 재정에 악영향을 미쳤다.

결국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가 총액이 반토막났고 주주들의 압박에 2013년 3월 그는 자신이 창립한 체서피크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사망 하루 전날 당국은 맥클렌던을 반독점 혐의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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