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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악 하면 외롭지 않아"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창단 30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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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제공

사단법인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이 창단 30주년을 맞이한다. 현악, 관악, 타악, 건반악기, 성악 분야의 50여 명 단원들이 실내악 공연을 펼쳐 왔다. 4일 오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박은희 대표는 “1986년 8월의 창단 연주회가 기억에 생생하다. 베토벤 5중주, 라벨 7중주, 슈베르트 8중주를 대학로 문예회관(현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연주했다. 12명이었던 단원들이 지금은 50명이 됐다”고 말했다.

창단 이후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은 지금까지 1638회의 공연을 펼쳤다. 해마다 55회 정도 공연을 한 셈이다. 이들의 모토는 ‘한국 현대음악의 세계화’ ‘클래식의 대중화’라 했다.

구자은 예술감독은 “남들이 하지 않는 곡들을 함께 연주하려고 노력했다. 동시대 한국 작곡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연주에 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동안 한국 현대음악 작곡가의 작품을 위촉하고 세계 초연 무대를 마련한 것은 이들의 의미 있는 업적으로 손꼽힌다. 백병동, 강석희, 이건용, 황성호 등 한국 현대음악작곡가들의 작품을 재조명했다.

이들은 또 알반 베르크 실내 협주곡과 존 케이지, 필립 글래스, 올리비에 메시앙 등 현대음악 및 동시대 음악을 무대에 올렸다. 1993년 윤이상 클라리넷 5중주 1번을 연주한 것도 당시로서는 선구적이었다.

단원인 소프라노 이춘혜는 “보통 실내악에서는 성악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은 달랐다. 말러, 슈만의 가곡 등 성악이 들어간 작품들을 소개하는 데 앞장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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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제공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의 올해 첫 공연은 15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는 우리의 음악’을 제목으로 강은수, 김승근, 이혜성, 최명훈, 이영자의 작품을 연주한다. 로비에 작곡가들의 초연 때 악보를 전시할 계획이다.

30주년 기념공연은 8월 20일 3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프로그램은 백병동 ‘실내협주곡 3번’,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 말러 ‘대지의 노래’로 그동안 이들이 연주했던 곡들이다. ‘대지의 노래’는 16명 규모로 시간관계상 ‘고별’을 제외하고 연주한다. 6월 14일 바흐 ‘커피 칸타타’, 11월 8일 쇤베르크 ‘달에 홀린 피에로’, 스트라빈스키 ‘병사 이야기’(이상 IBK챔버홀)도 관심 가는 프로그램이다.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이 1992년 시작한 ‘드라마 음악회’는 ‘클래식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였다. 배우 한진희, 유인촌, 남명렬, 박지일, 손봉숙 등이 참여했다. 가령 ‘쇼팽과 주르주 상드의 사랑’이라면 분장을 한 배우들이 편지를 읽고 단원들이 연주하는 식이다. 이 시리즈에는 연출가 윤호진, 박상현, 김동현, 지금은 영화감독이자 탕웨이의 남편인 김태용 등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P.D.Q 바흐(피터 쉬클리)의 작품을 시작으로 ‘음악으로 웃기기’를 시도한 ‘못 말리는 음악회’는 이제 고정팬들이 생겼다. 공연이 열리는 12월마다 티켓을 못 구해 돌아가는 사람들도 생겼다. 단원인 피아니스트 김주영은 “‘못 말리는 음악회’에 계속 참여하다 보니 이제는 관객들을 웃길 자신이 생겼다. 그동안 크고 작은 발걸음이 있었지만 작은 것들도 다 의미가 있었다. 플루티스트 김대원, 첼리스트 지진경 등 그동안 세상을 떠난 단원들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이 30년을 지속해올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편안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답했다. 단원인 바이올리니스트 정유진은 “다들 일정이 바빠 밤 11시 이후 리허설 하지만 오래된 가족을 만나는 것 같이 반갑다. 나이 차이가 20~30년 나는 선배들도 동료로서 대해 주신다.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게 좋다”고 했다.

박은희 대표는 “실내악을 하면 외롭지 않다”며 “향후 실내악 콩쿠르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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