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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만난 사람] 카톡 이모티콘 뒤엔 별난 ‘덕후’들 있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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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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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 셀은 기업 브랜드를 총괄하는 브랜드팀에 속해 있다. 중앙일보 인터뷰엔 윤윤재 브랜드팀장을 비롯, 카카오프렌즈 셀의 디자인·마케팅 전문가 5명이 참여했다. 왼쪽부터 원화 디자이너인 조수호·천혜림 매니저, 권신혜 마케팅 매니저, 윤 팀장, 윤영진 셀장. [사진 박종근 기자]

“곰이야? 사자야? 하는 짓이 꼭 나 같네.”

이모티콘 만드는 ‘카카오프렌즈 셀’

 지난 1월말 카카오톡의 이모티콘 캐릭터 군단 ‘카카오프렌즈’에 새 멤버가 합류했다. 이름은 라이언. 소파에 푹 묻혀 TV 리모컨을 돌리고 큰 덩치에도 머리를 긁적이며 진땀을 뺀다. 때론 듬직하게 친구들을 다독이는 맏형 같다. 마음은 섬세한데 감정 표현에 서툰 한국 남성들과 라이언이 닮았다는 평이 나오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선 유료인 라이언 이모티콘(2000원)을 공짜로 준다는 가짜 이벤트에 10만 명이 속아 ‘좋아요’를 누른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화제의 캐릭터 라이언과 그 친구들인 카카오프렌즈를 빚어낸 주인공은 누굴까. 최근 경기도 판교테크노벨리 카카오 사옥에서 이들을 만났다. 8종의 캐릭터에 사연과 성격을 입히고 이들의 몸짓과 표정에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는 전문가인 ‘카카오프렌즈 셀(cell)’이다(셀은 카카오에서 팀-파트-셀 순으로 이어지는 최소 단위 조직).

이들은 지난 3년 여 간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 30세트 중 외부 디자이너인 호조(본명 권순호)가 만든 초기 7세트를 제외한 23세트를 만들었다.

직장·캠퍼스·연애 등 다양한 상황에서 카카오프렌즈가 보여준 감정 표현에 사용자들은 열광했다. 카카오프렌즈로 시작된 카톡 이모티콘 시장은 3년 만에 연간 1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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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카카오프렌즈 셀엔 캐릭터사업에 필요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디자인·영상제작·마케팅·커뮤니케이션·브랜드관리 등등. 영화·게임·애니메이션·광고 덕후(마니아를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의 변형)들도 많다.

카카오프렌즈 셀이 소속된 브랜드팀 윤윤재 팀장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창의적인 ‘덕후’들의 조직”이라며 “카카오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디자인이 한 데 모여 일하는 유일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직역에 상관없이 캐릭터 디자인에 참여해 의견을 주고 받다 보니 영역을 넘나드는 협업이 일상적이다.

 원화 디자이너인 천혜림 매니저는 타요·뽀로로 캐릭터 디자인, 게임 캐릭터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연출을 거쳐 카카오에 합류했다.

천씨는 “프렌즈 캐릭터는 다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보다 인위적인 연출을 덜하는 편”이라며 “모두가 ‘딱 나 같다’고 느낄 수 있게 디자인한다”고 소개했다. 자격지심 있는 도시개 ‘프로도’가 연인과 다툰다면 어떻게 감정을 표현할 지 상상하는 식이다.

윤영진 카카오프렌즈 셀장은 “배우들이 영화나 연극 속 배역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메소드 연기’를 하듯 우리도 8명의 프렌즈에 완전히 몰입해 캐릭터를 연구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들은 카카오프렌즈를 통해 성인들도 감정을 유쾌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돕는데 집중한다.

권신혜 매니저는 “서먹하던 아버지와 이모티콘으로 대화하며 관계가 부드러워졌다거나, 남자친구와 싸웠다가 커플인 ‘프로도&네오’ 이모티콘을 주고 받으며 화해했다는 후기도 있다”고 말했다.

 요즘 카카오프렌즈는 스마트폰 밖으로 튀어나와 편의점 빵·치약 포장에도 등장한다. 지난해 설립된 자회사(카카오프렌즈)가 전국 15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피규어·휴대폰케이스 등 소품 1000여 종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 롯데월드몰 지점에는 카카오 카페도 열었다. 뽀로로(국산 어린이 캐릭터)와 디즈니·헬로키티의 틈바구니 속에서 ‘키덜트’ 캐릭터로 입지를 확보한 성과를 거뒀다. 10조원 규모의 국내 캐릭터 산업 시장에선 팬덤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데뷔 5년차인 카카오프렌즈는 요즘 아이돌그룹처럼 브랜드 매니지먼트(관리)를 받고 있다. 윤 팀장은 “인기 많다고 해서 여기저기 다 출연시키지 않는다”며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더 강화하되 과소비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저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넘치는 마케팅 활용 제안에도 최근 3년간 외부 브랜드와 협력은 15건만 했다. 페리오 치약·의류브랜드 에잇세컨즈·영화관 CGV 등 주로 생활용품과 식음료·패션 등 생활밀착형 브랜드다.

내부적으론 지난해 3월 론칭한 카카오택시에 뽀글머리를 한 두더지 ‘제이-지’를 택시기사 모델로 내세워 서비스가 안착하도록 도왔다.

 카카오프렌즈는 게임·애니메이션 등 이모티콘 외에 다른 콘텐트 영역으로도 발을 넓히는 중이다. 각 프렌즈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을 2013년 크리스마스부터 연달아 내놨다.

지난해엔 NHN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프렌즈를 주인공으로 한 모바일 퍼즐게임 ‘프렌즈팝’을 출시했다. 올 상반기에도 카카오프렌즈를 활용한 게임이 여러개 출시될 예정이다.

윤 팀장은 “카카오프렌즈는 한국인의 감정을 가장 잘 알고 한국인에게 가장 적합한 감정 표현이 많은 캐릭터”라며 “ 새로운 문화 콘텐트로서 경험과 가치를 계속 키운다면 언젠가 디즈니나 마블의 브랜드만큼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카카오프렌즈=2012년 9월 카카오톡 채팅방에 등장했다. 카톡 이용자들은 8종의 캐릭터들로 자신의 상황·감정을 표현한다.

토끼처럼 생긴 무지(Muzi)는 사실은 토끼 옷을 입은 단무지로, 호기심이 많다. 그 옆엔 말없는 악어 ‘콘’(Con)이 자주 함께 한다. 잡종으로 태어나 콤플렉스가 있는 도시개 ‘프로도’(Frodo)와 새침하고 도도한 고양이 ‘네오’(Neo)는 연인 사이.

평소엔 겁이 많지만 분노가 폭발하면 괴물처럼 변하는 오리 ‘튜브’(Tube), 성격 급한 유전자변형 복숭아 ‘어피치’(Apeach), 강해 보이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는 두더지 제이-지(Jay-G), 현명한 조언자인 수사자 ‘라이언’(Ryon)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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