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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경찰이 감시 좀 그만하라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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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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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 필리핀 경찰과 공조 수사한 사건이 약 300건, 차 주행거리가 약 6만㎞ 됩니다. 한인 범죄 외에 한인 사회의 갈등 중재, 범죄자 도피사건 및 여기에 진출한 조폭 동향 파악 등도 업무 영역입니다.”

‘코리안데스크’ 서승환 경정

 2012년 5월부터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코리안데스크’에 파견근무 중인 서승환(39·사진) 경정의 말이다. 서 경정은 가족과 함께 마닐라에 왔으며 매일 필리핀 경찰청 수사국으로 출근한다.

 - 코리안데스크는 어떤 일을 하나.

 “지역이나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한인 관련 사건을 담당한다.”

 - 필리핀 근무 중 어려운 점은.

 “수사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한국에선 통신 수사와 폐쇄회로TV(CCTV) 확인이 기본인데 여긴 제대로 된 CCTV가 한 대도 없는 곳이 많다. 유력한 용의자라도 긴급체포를 할 수 없어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6개월~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 가장 기억나는 사건은.

 “2014년 2월 필리핀 마닐라에 유학 중이던 한국인 여대생 이모(21)씨가 택시에 탔다가 현지 남성들에게 납치됐다. 납치범들은 이틀간 가족들에게 10여 차례 전화를 걸어 거액의 몸값을 요구했다. 한 달간 납치범들과 접촉하며 협상을 벌였다. 피해자 가족으로 가장하고 몸값을 전달하러 가 용의자 한 명을 검거했다. 사건 발생 한 달 후 마닐라에서 차로 1시간30분 정도 떨어진 불라칸주에서 이씨 시신이 발견됐다. 1년간 공조 수사 끝에 용의자 7명을 검거했고, 재판에도 증인으로 8번 출석했다.”

 - 공조 수사한 300건은 어떤 사건들인가. 공조는 잘되나.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 관광객 안전사고, 도피 수배자 소재 파악, 자료 확인건 등이다. 필리핀 경찰 당국과 지속적으로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곳 수사 및 사법기관의 부패가 심각하다. 처음엔 돈을 안 주면 아예 안 움직이는 경찰까지 있었다. 신뢰가 쌓이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같이 일하는 필리핀 경찰관들이 ‘코리안데스크 담당관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우리를 감시하는데 열심히 안 할 수 있겠느냐’고 농을 하더라.”

 - 필리핀 내 한인 범죄 대책은.

 “올해 코리안데스크에 한국 경찰관 4명을 더 파견한다. 세부·카비테 등 한인 피살사건이 많은 곳 위주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내게 직접 개인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올 정도로 한인 범죄 해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채승기·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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