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큰손’ 국민연금 “배당 높여라” 투자기업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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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국민연금이 올해부터 투자 기업에 대해 배당을 더 하라고 압박을 가하기로 했다. 기업이 배당을 늘리면 기업의 주주이자 국민 노후를 위해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이 좋아질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2일 제1차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았다.

작년 운용 수익률 4.57%로 하락
저배당 기업 선정해 중점 관리

 기금운용본부는 이를 위해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서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의 비율)이 낮은 저배당 기업에 대해 ‘기업과의 대화’라는 형식을 빌려 직접적으로 개선 요구를 하기로 했다.

복지부 최홍석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지난해 주주총회 때 국민연금이 배당 관련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17개 대기업 중 일부에 ‘내년 3월까지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배당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중점관리기업(Focus list)으로 선정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점관리기업에 들어가면 보유 주식의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금운용본부 측이 1차적으로 대화의 대상으로 삼는 기업은 배당정책이 있는지, 얼마나 구체적인지 등을 포함해 시장 상황과 산업 특성, 개별 기업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정해진다. 중점관리기업 명단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다만 해당 기업이 저배당을 고수할 경우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쳐 명단이 공개될 수 있다.

최 과장은 “선진국에 비해 우리 기업들의 배당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모든 기업에 배당을 무조건 많이 요구하는 게 아니라 현금이 많은데도 배당을 안 하는 등 합리적 설명이 안 되는 일부 기업을 독려해 기금 수익률을 제고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금운용위원회는 2015년 국민연금기금 결산안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률은 4.57%로 전년과 비교해 0.68%포인트 내려갔다. 국내 주식 수익률(1.67%)이 벤치마크(기준 수익률)인 코스피지수 수익률에 비해 2.21%포인트 낮은 게 주 요인이었다.

 최근 5년(2011~2015년), 10년(2006~2015년)간 국민연금기금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4.7%, 5.5%로 잠정 집계됐다. 2015년 말 현재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51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99.9%는 금융 부문에서 운용되고 있다. 2015년 수익률은 오는 6월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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