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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 테러 vs 감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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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볼만해?

지금 영화관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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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13시간` 스틸컷

13시간

원제13 Hours:The Secret Soldiers of Benghazi 감독 마이클 베이 각본 척 호건 출연 존 크래신스키, 제임스 뱃지 데일, 맥스 마티니, 파블로 쉬레이버, 도미닉 푸무사, 데이비드 덴맨 촬영 디온 비브 편집 피에트로 스칼리아 미술 제프리 비크로프트 장르 액션 상영 시간 144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3월 3일

줄거리 2012년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 소재 미국 영사관에 총기와 수류탄을 든 수십 명의 무장 괴한이 침입한다. 이곳에서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하고 있던 CIA 직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이들을 경호하기 위해 파견된 여섯 명의 민간 특수 용병들이 남아 있는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에 나선다.

별점★★☆ 2012년 리비아 벵가지에서 일어난 테러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9월 11일 저녁부터 다음 날 동틀 무렵까지 벵가지 주재 미국 임시 영사관과 CIA 비밀 본부가 습격받아, 당시 미국 대사 크리스토퍼 스티븐스를 비롯한 네 명이 사망했다. 영화는 미첼 주코프가 쓴 논픽션 『13시간:벵가지에서 실제로 벌어진 감춰진 이야기』를 원작으로 했다.

감독은 최근 보여 준 ‘마이클 베이 표 액션’과는 달리 이날 일어난 일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리는 데 집중했다. 처음부터 엉망이었던 영사관과 CIA 비밀 본부의 보안 상태, 본부의 소장과 경호를 맡은 특수 용병들의 갈등, 아군과 적군을 구분할 수 없는 리비아 현지 상황 등을 상세히 보여 준다.

이런 전반부를 바탕으로 단 여섯 명의 경호원이 수십 명의 무장 괴한과 맞서는 ‘영화 같은’ 상황이 꽤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CIA 본부에서 총탄이 오가는데도 이웃 주민들이 무심하게 TV를 보고 산책을 하는 모습은, 현실감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이면서 동시에 주인공들이 철저히 고립돼 있음을 보여 준다. 총소리가 멈춘 정적의 순간에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여섯 경호원의 악전고투가 계속될수록 이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에 반해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은 얼마나 무능했는지가 드러난다. 문제는 영화가 딱 거기까지라는 데 있다. 이들의 위대함을 제대로 보여 주고 싶었다면 그곳에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건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했다. 적어도 누가 왜 이들을 공격했는지, 당시 세계 정세는 어땠는지, 어째서 미국 정부는 무력하게 보고만 있었는지, 이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등의 문제를 짧더라도 분명하게 보여 줘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13시간’은 제목대로 그 시간 동안 영웅들이 얼마나 힘들게 싸웠는지에만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나머지 이야기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결말에 이후 상황을 설명하는 짧은 이미지들을 넣었지만, 급하게 마무리했다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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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룸` 스틸컷

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 출연 브리 라슨, 제이콥 트렘블레이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18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3월 3일

줄거리 7년 전 작은 방에 감금돼 세상과 차단된 조이(브리 라슨)는 납치범에게 강간당해 낳은 아들 잭(제이콥 트렘블레이)을 헌신적인 사랑으로 키워낸다. 잭이 다섯 살이 되던 해, 조이는 아들에게 진짜 세상을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한다.

별점 ★★★★ 친부에 의해 24년 동안 지하 감옥에서 학대받으며 동생이자 자식들을 낳아야 했던 오스트리아 소녀의 실화가 바탕인 영화다. 얼마든지 자극적으로 각색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동명 원작 소설가이자 각색 참여한 엠마 도노휴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주목했다.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아이는 무엇을 상상하며 자랄까. ‘룸’이 훌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엄마의 아낌없는 애정 속에 천진난만하게 성장한 잭은, 작은 방을 작은 우주처럼 여기며 사랑한다.

잭의 시점으로 묘사된 원작이 도노휴가 얻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반영했다면 영화 ‘룸’은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잭의 세계를 사랑이란 껍질로 단단하게 보호한 조이를 두 가지 관점으로 조명한다. 갇힌 방에서 아들을 끝까지 지켜낸 엄마이자, 납치되기 전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의지 삼아 자신을 지켜낸 딸로서 말이다. ‘룸’이 놀라운 점은 가련한 모자(母子)의 탈출기에 초점을 맞출 법한 이야기를 탈출 이후까지 밀어붙였다는 것. 조이의 존재감은 상영 시간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탈출 후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자신의 딸을 구해낸 고마운 손자이자 원수 같은 납치범의 아들 잭을, 조이의 부모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신예 브리 라슨과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진짜 같은 모자 연기까지, 보면 볼수록 더 깊게 고민하게 만드는 ‘룸’.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이라면 꼭 봐야 할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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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트윈스터즈` 스틸컷

트윈스터즈

감독 사만다 푸터먼, 라이언 미야모토 출연 사만다 푸터먼, 아나이스 보르디에 장르 다큐멘터리 상영 시간 89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3월 3일

줄거리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아나이스는 2013년 유튜브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만다를 발견하고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취한다. 똑같은 시기에 미국으로 입양된 사만다는 아나이스의 연락을 받고 둘이 쌍둥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별점 ★★★☆ SNS로 자신의 쌍둥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와 만나게 되는 과정을 생생히 지켜보는 것 자체가 아주 신기하고 감동적인 경험이다. 더욱이 자신의 삶을 새롭게 규정하는 일생일대의 발견에 임하는 두 주인공 사만다와 아나이스의 밝고 건강한 태도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살면서 어떤 갑작스런 사건을 맞닥뜨리더라도 삶을 긍정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관객에게 전염시키는 귀여운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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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섬. 사라진 사람들` 스틸컷

섬. 사라진 사람들

감독 이지승 출연 박효주, 배성우, 이현욱 장르 스릴러 상영 시간 88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3월 3일

줄거리 염전 노예 사건 제보를 받은 방송 기자 혜리(박효주)는 카메라 기자 석훈(이현욱)과 사건이 일어난 섬으로 잠입 취재를 떠난다. 섬 주민들이 쉽게 입을 열지 않는 가운데, 의문의 집단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논란이 거세지자 수사는 서둘러 종결된다. 5개월 뒤, 유일한 목격자이자 생존자인 혜리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다.

별점 ★★★☆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염전 노예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일단 페이크 다큐라는 실험적인 형식이 눈에 띈다. 혜리의 취재 과정을 따라다니는 석훈의 카메라는 내내 흔들린다. 마치 고발 프로그램의 잠입 카메라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어 극에 몰입하게 한다. 박효주는 흔들리는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두 얼굴을 넘나드는 배성우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긴장을 더 고조시키지 못한 채 서둘러 마무리지은 듯한 결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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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무수단` 스틸컷

무수단

감독 구모 출연 이지아, 김민준, 도지한, 김동영, 오종혁, 박유환, 정진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상영 시간 87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3월 3일

줄거리 비무장지대에서 이유 없이 사망·실종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자 군 상부는 조진호(김민준) 대위와 신유화(이지아) 중위를 중심으로 최정예 특임대를 꾸린다. 이들은 24시간 내에 이곳에서 벌어진 사고의 경위와 실체를 조사하라는 명을 받는다.

별점 ★★★ 출발이 흥미진진하다. 생화학 무기의 위험성과 군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면을 부각시켜 서스펜스를 만든다. 대원들이 비무장지대에서 사고의 원인을 파악해 가는 과정도 제법 사실적이다. 다만 생화학 무기이자 숙주인 무수단은 영화 초반의 사실적 묘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가장 중요한 존재가 엉성하게 그려지는 바람에 공든 탑이 무너지는 듯 보인다. 저예산으로도 흥미로운 스릴러 장르의 군대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선보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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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설행_눈길을 걷다` 스틸컷

설행_눈길을 걷다

감독 김희정 출연 김태훈, 박소담, 최무성, 전국향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98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3월 3일

줄거리 알코올 중독자 정우(김태훈)는 치료를 위해 수녀들이 운영하는 요양원을 찾는다. 정우는 수녀 마리아(박소담)와 조금씩 교감하지만 중독 증세를 이겨내긴 힘겹다. 어느 날 정우는 포수(최무성)를 따라 사냥을 나섰다가 위험에 처한다.

별점 ★★★☆ 이 영화는 김희정 감독이 떠올린 하나의 이미지에서 출발했다. 한 남자가 눈 덮인 길을 울면서 걸어간다. 그 남자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고,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누구도 걸음을 재촉하지 않는 그의 느린 여정을 함께하며 인물의 아픔을 충실하게 들여다보는 시도. 그 사려 깊은 태도가 느껴지는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치유와 공감의 과정이다. 중독을 넘어 섬망(?妄) 증세를 겪는 정우의 상태와 마찬가지로 영화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 서 있다. 현실과 꿈의 구분은 종종 불명확하며, 해석의 여지를 다양하게 남기는 여백도 많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단순히 극적 장치로 쓰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곱씹을수록 인물들과 이야기 그리고 각 장면의 연결성이 분명하게 다가온다.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발견하고 지켜보는 기쁨 역시 크다.

김희정 감독은 전작 ‘열세살, 수아’(2007) ‘청포도 사탕:17년 전의 약속’(2011)으로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들여다봤다. 이번 영화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일상을 잠식하는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에 대한 인물들의 태도를 사려 깊게 관찰한다는 점에서 전작과 궤를 나란히 한다. 죄의식과 상처 그리고 구원에 대한 성찰은 여전히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이자 그의 장기로 보인다.

어떤 상처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상처를 지니고 있다는 것, 그러므로 아프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삶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터다. 눈발이 흩날리는 길을 걸어가는 정우의 모습에서 미약하나마 어떤 온기가 느껴지는 이유다. 감독은 그렇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임주리 나원정 장성란 정현목 김나현 이은선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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