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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생물자원 지식 총정리판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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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9세기에 조선에서 나온 농서·의서 등 문헌 94종에 수록된 우리 생물자원에 대한 지식을 요약·정리한 책이 나왔다.

환경부, '해제로 보는 조선시대 생물' 발간
15-19세기 농서·의서 94종 전통지식 요약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하 자원관)은 "정종우 이화여대 교수팀과 함께 조선시대 문헌에 소개된 우리 생물자원의 옛 이름과 활용지식 등을 정리해 책으로 발간하고 자원관 누리집에도 전자책 형태로 공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에 발간된 책은 『해제로 보는 조선시대 생물』이다. 해제(解題)는 책의 저자·내용·체제 등에 대한 요약정리를 일컫는다. 시기별로 나눠 모두 4권으로 만들어졌다.

자원관은 "생물자원에 대한 전통지식을 이번에 요약·정리함에 따라 선조들의 생물자원과 관련된 전통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눈여겨 볼 만한 전통지식으로 이형상(李衡祥, 1653∼1733)이『남환박물』(南宦博物)에 소개한 '보리실'의 설사 치료 기능을 들었다.

이형상은 1702∼1703년 제주목사를 지냈다. 이 시기에 제주도의 자연환경·역사·풍속을 상세히 관찰하고 『남환박물』을 썼다. 남쪽 벼슬아치(남환, 南宦)가 쓴 종합서(박물, 博物)라는 의미다. 이 책은 그가 쓴 다른 저서 9종과 함께 1979년에 보물 제652호로 지정됐다. 남환박물에서 이형상은 '보리실'(菩提實)이란 식물을 언급하며 '설사를 치료하는 데 쓴다'고 소개했다.

자원관과 정 교수팀은 이 식물이 요즘의 보리장나무를 일컫는 것으로 판단했다. 보리수나무과에 속하는 보리장나무는 10∼12월에 꽃이 피고 이듬해 4∼5월에 열매를 맺는 점이 독특하다. 전남과 제주도 그리고 일본·중국·대만·중국에 분포한다. 현재 제주도에서 보리장나무 열매는 간식거리로만 여겨지고 있다. 보리장나무를 설사치료제로 쓰던 전통지식이 단절된 셈이다.

실제로 인도는 전통지식을 디지털라이브러리로 구축해 스위스 다국적 기업의 특허출원을 철회시킨 바 있다. 2009년 네슬레는 우유에 들어 있는 성인 변비 완화 성분에 대해 유럽특허를 출원했다.

그러자 인도는 전통지식디지털라이브러리를 유럽특허청에 제출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인도의 전통지식에 이미 이런 내용이 있어 네슬레의 특허출원은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네슬레는 16주 만에 특허출원을 철회했다.

자원관 유용자원활용과 오경희 과장은 "옛 문헌에 담긴 전통지식은 생물주권의 근거가 될 뿐 아니라 무한한 활용가치를 재조명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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