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평창겨울음악제의 스타 드바르그와 간바타르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25일 막을 올린 2016 평창겨울음악제가 28일 폐막했다. 올림픽 특구사업의 일환으로 강원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강원문화재단(이사장 김성환)이 주관한 음악 축제였다.

개막공연인 재즈 보컬 나윤선과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의 무대는 정경화의 첫 재즈연주가 화제가 됐다. 클래식 음악 팬들의 관심은 26일과 27일 양일간 ‘뮤직 마라톤’에 쏠렸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자들의 독주, 실내악, 오케스트라 협연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손석희 JTBC 사장,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등 낯익은 얼굴들을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볼 수 있었다. 강원문화재단측은 현장 티켓 판매량이 예상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스키를 타러 왔다가 음악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사 이미지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

이번 음악제에서는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와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가 주목받았다. 26일 5시 알펜시아 콘서트홀. 피아노 앞에 앉은 드바르그는 한참을 명상하듯 앉아있었다. 이윽고 스카를라티 소나타 K.208 연주가 시작됐다. 머리를 천천히 흔들며 지극히 아름답게 음을 띄웠다. 스카를라티의 글렌 굴드의 ‘버드/기번즈’ 음반을 들을 때의 느낌이었다.

이어진 스카를라티 K.24는 쾌속이었다. 독특하게 끊는 프레이징으로 아찔한 낙차를 보였다.
드바르그는 박수도 사양하고 집중을 이어갔다. 난곡인 라벨 ‘밤의 가스파르’에서는 맑게 조탁하는 고음이 두드러졌다. 물고기처럼 신선한 음악이 펄떡이며 피아노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는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에서 첼리스트 안드레이 이오니처와 함께 연주했다. 드바르그는 반주할 때도 상대방을 살피는 제스처로 적극적으로 음악을 만들어 나갔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에서는 이오니처, 클라라 주미 강과 연주한 드바르그는 설득력 있게 곡 전체의 완급을 조절했다. 마치 지휘자 같았다. 마지막 장송행진곡에서는 조종을 울리는 종지기 같은 표정으로 연주했다. 27일 드바르그는 최수열이 지휘하는 코리안 심포니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신선한 모차르트 음악을 연상시킨 1악장에서 드바르그의 음색은 굴드와 호로비츠를 섞은 듯했다. 리드미컬하게 페달을 밟으며 얼굴 표정에도 음악을 담았다. 음악을 뚜렷하게 만드는 제스처와 독특한 악센트로 곡의 흐름을 쥐락펴락했다. 카덴차에서의 속주도 돋보였다.

2악장에서 보여준 따스하고 사려 깊은 터치에는 서정성이 배어있었다. 스카를라티 음악같이 티없는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3악장에서는 입으로 소리도 내며 가끔 손으로 지휘하며 연주했다. 드바르그의 연주는 3월에 소니에서 발매되는 데뷔음반으로 만날 수 있다.

기사 이미지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전체 그랑프리를 차지한 몽골의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의 독특한 이력도 주목받았다. 경찰관으로 일하며 교통법규 위반 딱지를 떼다가 1년 동안 준비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이다. 26일 무대로 나온 간바타르는 수염을 기르는 등 콩쿠르 때보다 세련된 외모로 다가왔다.

그의 성량은 놀라웠다. 헨델 ‘데팅엔 테 데움’ 중 ‘오소서 오 주여’는 두텁고 단호한 목소리가 돋보였다. 차이콥스키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는 굵고 묵직하며 추진력 있으면서 끝맛이 산뜻했다. 그리그 ‘그대를 사랑해’에서는 서정성을, 레온카발로 ‘팔리아치’ 중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여러분?’에서는 주위를 완전히 장악한 압도적인 가창을 들려줬다.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27일 공연에서 간바타르는 물을 만났다. 리골레토가 부르는 ‘가신들, 이 천벌받을 놈들아’에서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마성을, 피가로가 부르는 ‘나는 이 거리의 만물박사’에서는 밝고 유쾌한 익살을 들려줬다. 간바타르에게 당면 과제는 언어다. 이번에 의사소통 문제로 프로그램이 바뀌기도 했다. 언어의 장벽을 극복해야 더 넓은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26·27일 밤 9시 반에 용평 드래곤밸리에서 열린 '재즈플러스' 공연도 호응을 얻었다. 올로프스키 트리오의 클레즈머 연주는 신랄하고 구성졌다. 카렐 크라엔호프 & 후앙 파블로 도발 듀오는 시종 따스했다. 두 공연 모두 ‘아리랑’이 앙코르였다. 수없이 많이 들었던 곡이지만 클라리넷과 반도네온이 연주하는 ‘아리랑’은 애틋하고 새롭게 다가왔다.

평창=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사진 강원문화재단 제공

ADVERTISEMENT
ADVERTISEMENT